수메르 우화 - 얄와츠 우랄 지음, 에르도안 오울테킨 그림, 이희수·전선영 옮김
2024년 10월 25일(금) 00:00
동물이나 식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풍자와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를 우화(寓話)라고 한다. 2500년 전 이솝이 쓴 ‘이솝 우화’는 구전설화 시대의 초기 우화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우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솝 우화보다 천년이나 더 오래된 우화가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4000년 전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우화, 수메르 우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수메르 우화’는 튀르키예 아동문학의 권위자 얄와츠 우랄이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재구성한 46편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그림과 함께 엮은 책이다. 저자는 4000년 전 유물인 수메르 점토판을 꼼꼼히 연구한 다음 그 속에서 오만한 여우, 집도 못 찾고 신뢰할 수 없는 개, 이기적인 늑대와 숫양, 꾀 많은 염소 등 다채로운 60여 마리의 동물들을 찾아냈다.

책에 수록된 몇몇 우화들은 이솝 우화와 흡사하다. ‘오록스의 뿔을 가진 여우’는 이솝우화의 ‘생쥐와 족제비’와 비슷하고, ‘당나귀와 들개’는 ‘전갈과 개구리’와 유사하다. 저자는 바빌론에 점토판을 보관하는 대규모 도서관이 존재했다는 점을 들어 바빌론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던 이솝이 수메르 필경사들이 남긴 점토판을 읽고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수메르 우화’는 간략한 요약과 교훈으로 이뤄진 이솝 우화의 딱딱한 방식을 벗어나 재미있는 시적 산문 방식으로 우화를 풀어내고 이야기에 깃든 교훈도 스스로 찾을 것을 권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에르도안 오울테킨은 각각의 우화마다 수메르 조형물 속 동물의 이미지를 일러스트로 되살려 성인은 물론 어린이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위즈덤하우스·1만98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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