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견사육허가제 1년 유예…견주 반발에 꼬리 내린 정부
2024년 10월 24일(목) 21:10
정부, 물림사고 예방 위해 개정법 26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책임보험 가입·중성화 의무화 등 견주들 반발에 유예 조치
시민 거부감 여전…견주들 “큰 개만 문다는 인식 바꿔주길”

/클립아트코리아

맹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맹견사육허가제’(허가제)가 1년 유예된다.

맹견과 대형견을 키우는 반려견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 법 시행을 이틀 앞두고 미뤄졌다.

24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정부에서 ‘맹견사육허가제’를 1년 유예한다는 방침이 담긴 공문을 하달했다.

허가제는 지난 2022년 4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26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허가제는 맹견 사육 시 기질평가를 거쳐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만 사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허가제가 도입되면 맹견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시·도지사에게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 시 동물등록은 물론 책임보험이 가입돼 있어야 한다. 중성화 수술도 필수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는 키울 수 없고 정신질환자, 마약류 관리 법률에 따른 마약 중독자,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사람은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견주에 대한 조건도 붙는다.

개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한다는 것이 법개정의 이유였지만,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 광주지역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맹견은 16마리지만 신청 마감을 이틀 앞둔 이날까지 4마리만 신청을 한 상태다. 전남 역시 등록된 25마리 중 7마리만 신청했다.

농식품부는 지난주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담당자들을 모아 의견을 수렴해 24일 1년간 유예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실제 광주·전남에서 개물림 사고는 꾸준히 발생했다. 최근 5년(2019~2023년)간 광주에서는 217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했고 전남에서는 781건이 집계됐다.

맹견과 대형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지역민들도 많다.

광주시 동구 금남공원에서 만난 김성균(68)씨는 “공원에서 대형견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움찔하곤 한다. 당장 공격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언제 물릴 지 모른다는 걱정에 피해서 돌아가곤 한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도 ‘주인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핸드폰만 보고 있다’, ‘우리 아이는 물지 않는다며 안심시킬 문제가 아니다’며 맹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형견을 키우는 견주들은 반려가구 증가에 따라 대형견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리트리버 2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모씨는 한낮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햇빛을 쬐게 해주고 싶어 목줄과 배변봉투 등 기본적인 산책 조건을 갖춰도 마주 오던 사람이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흘겨보는 눈과 핀잔주는 말들도 대형견을 키우며 겪는 고충이다.

김씨는 “개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닌 오프리쉬 등 견주들이 기본적인 매너를 지켰는지가 인식의 변화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반려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큰 개만 사람을 공격한다는 인식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에서 대형견을 키우는 정다미(여·60)씨는 “산책시 물림사고를 염려해서 목줄을 짧게 잡고 산책하지만 되려 작은 강아지들이 목줄을 하지 않고 다니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해도 다가와서 물림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대형견에 대한 선입견으로 ‘왜 큰 개를 데리고 나왔냐’, 입마개 의무견종이 아닌데도 ‘입마개를 하라’고 말하는 등 인식에 대한 상처가 크다”고 말했다.



<맹견>

동물보호법상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5종과 이 품종과의 잡종견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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