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4년 10월 23일(수) 00:00
지난 겨울, 고향에 계신 부모님댁 마당에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마당에 뒤덮인 잔디 일부를 드러내고 흙길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땅이 얼어붙어 작업이 힘드니 날 풀리면 시작하자고 해도 작업은 계속됐고 넉 달 만에 근사한 미니 산책로가 탄생했다. 폭 1m, 총 길이 80m, 마당을 빙 둘러 마사토가 깔린 맨발 흙길이었다.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맨발걷기’에 부모님도 동참하신 순간이었다.

5~6년 전부터 ‘맨발걷기’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가히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전국이 맨발걷기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 ‘광주맨발학교’ 등 관련 단체들이 결성돼 맨발걷기 저변을 확대하고 지자체마다 시민들의 요구에 맞춰 흙길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광주에도 벌써 수십 곳의 크고 작은 맨발 흙길이 조성돼 있다.

맨발로 흙길을 걷는 걸 ‘어싱(Earthing)’이라고 한다. 맨발로 걸으며 지구와 접촉함으로써 자연과 몸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발바닥에 자극을 주며 걷기를 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치유와 힐링의 기쁨을 얻는다는 사람들도 많다. 맨발걷기를 함으로써 얻는 여러 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불면증 치료’다. 많은 사람들이 맨발걷기를 한 이후 오랜 불면증이 나아지고 숙면을 취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말초 신경이 자극받고 신체 곳곳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면서 자율신경 체계가 균형을 찾으며 수면의 질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처음으로 맨발로 황톳길을 걸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기분 좋은 시원함에 웃음이 절로 났다. 걸을수록 발바닥이 아파오더니 이내 익숙해지고 땅속 기운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가 머리가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 맨발걷기 효과를 본 사람들은 맨발걷기 홍보대사가 된다더니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됐다. 아직 맨발걷기를 해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 것을 권유한다. 어느새 흙길에 푹 빠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다만 무리한 걷기는 금물이다. 체중이 받는 압력이 발목과 무릎에 집중되기 때문에 조금씩 천천히 늘려가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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