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학과 구조조정 최소화 ‘느슨한 통합’ 추진 가능성
2024년 10월 14일(월) 21:00
목포대·순천대 통합 ‘급물살’
지난주 실무진 만나 통합 협의
양 대학 총장 체제 유지 조건
의대 설립 등 마찰·갈등 없게
글로컬 대학 경쟁력 갖추고
지역 인재 양성기관 거듭나야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남도와 교육부는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국립 의대 설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양 대학은 대학 구성원 의견 수렴, 통합 대학의 운영 구조에 대한 교육부의 상호 의대 설치 방안 공감 등을 전제 조건으로 내놓고 있지만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일단 14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김문수 국회의원 등 5명이 모여 대학 통합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이상 앞으로 이들 대학 간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목포대와 순천대는 이미 지난주 실무진이 만나 대학 통합과 관련 교육부에 질의할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학은 대학 구성원 내에서 반대 목소리를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양 대학의 틀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느슨한 형태’의 통합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양 대학 총장을 당분간 인정하고,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 역시 최소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약대에 이어 국립 의대도 유치 경쟁한 목포대·순천대=목포대와 순천대는 전남도내 ‘유이한’ 국립대로, 서부권과 동부권을 대표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2011년에도 약대를 두고 유치 경쟁을 벌인 바 있으며, 국립 의대를 두고도 오랜 기간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3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영록 전남지사의 국립 의대 신설 건의에 대해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 의견을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발언한 뒤 전남도가 곧바로 양 대학의 통합을 추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통합은 불발됐고 이후 공모 절차가 진행됐다.

하지만 순천대가 과거 전남도의 용역 등을 문제 삼아 공모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전남도는 공동 의대, 공모 탈락 대학에 대한 지원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순천대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목포대만 참여하는 공모를 끝까지 추진할 경우 그 결과를 정부가 수용할 것인지가 논란이 되었고, 순천대 역시 공모 불참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전남도의 중재로 다시 통합 논의가 재개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안이 통합 의대이며,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를 추진하는 것이 도리”라며 “이번 대학 통합을 통해 오랜 기간 자리하였던 전남 서부권과 동부권의 갈등·마찰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느슨한 통합 바라는 양 대학…교육부의 수용 여부 관건=목포대와 순천대가 통합을 이루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가장 먼저 양 대학 내 구성원들의 합의다. 대학 통합은 필수적으로 중복 대학·학과의 구조조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엄격하게 통합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양 대학은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14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의 통합은 엄격한 의미가 아닌 느슨한 형태의 통합부터 시작해도 된다”고 언급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가 될 전망이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너무 앞서나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전제로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고, 무엇보다 교육부가 양 대학의 통합 거버넌스, 그리고 논의 과정을 인정해 줄 것이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 대학은 우선 현재의 양 대학 총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학부·학과 구조조정을 최대한 연기 또는 최소 수준 진행 등의 조건을 내거는 ‘느슨한 통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의대 설립 대학 등에서 마찰·갈등이 빚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있다.

국립 의대 유치를 위해 양 대학이 통합 논의를 시작하는 만큼 최대한 그에 따른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논리다. 일단 양 대학 실무진이 만났고, 앞으로 교육부와의 본격적인 협의도 예정되어 있어 통합을 이루기 위해 양 대학이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개교 78년 목포대·89년 순천대 지역민에 희망 안겨야”=학령인구의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 목포대와 순천대는 모두 최근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며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또 전남도민의 염원인 국립 의대를 대학 통합으로 유치해낼 경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면서 전남도의 오랜 지역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는 위대한 결단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목포대는 1946년 세워진 6년제 목포사범학교가, 순천대는 1935년에 설립된 순천공립농업학교를 그 전신으로 하고 있다. 각각 78년과 89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전남의 자원이자 인재 양성 기관이다.

양 대학이 통합을 통해 도약의 모멘텀을 마련할 시점에 왔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대학 구성원들의 논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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