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삼보일배, 길 위의 오체투지(전 2권) - (사)세상과함께 엮음
2024년 10월 05일(토) 00:00
길 위에 온몸을 내던진 채 오체로 투지하고, 삼보 일배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3년 3월, 한국사에서 처음 보는 기도이자 순례가 시작됐다. 당시 불교와 천주교 및 원불교, 기독교 4개 종단의 성직자인 이희운 목사, 김경일 교무,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등이 모여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비폭력 저항을 위한 삼보일배를 이어갔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전종훈, 문규현 신부 등이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이라는 기치 아래 오체투지를 계속했다. 지리산 노고단에서부터 계룡산, 임진강 망배단으로 향하는 355킬로미터 여정은 200일에 걸친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이들의 노정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비영리 사단법인 세상과함께가 엮은 ‘길 위의 삼보일배’, ‘길 위의 오체투지’는 새만금에서부터 광화문으로 향했던 순례, 지리산에서 임진각으로 떠났던 고행의 기록이다.

편집팀은 순례에 함께했던 사람들의 인터뷰, 사진, 영상 등을 토대로 1만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집 12권을 발간했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완성시켰다.

‘삼보일배’는 순례단 대열도부터 지도, 일정 개요 등 순례단이 거쳤던 여정이 담겨 있다. 생명의 원천인 새만금 갯벌에서부터 생명·평화의 여정을 펼쳤던 전 과정은 일반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준다. 순례단은 ‘지네’처럼 기어 ‘자벌레’와 ‘갯지렁이’와 눈 마주치는 길을 걸었다. 1킬로미터 가는 데 두 시간 이상이 소요된 고행길이었지만, 공동체 정신을 통해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했다.

책속 오체투지 1~2차 기록도 흥미롭다. 모든 여정은 종파를 초월해 탐진치(貪瞋癡·욕심과 성냄, 어리석음)를 비우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푸른역사·전권 4만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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