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공항 해법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09월 24일(화) 22:00
올 초 지인들과 함께 오랜만에 일본에 가기로 하고 무안국제공항 항공편을 알아봤다. 하지만 비정기인데다, 노선도 한 개에 불과해 시간을 맞출 수 없었고, 할 수 없이 부산 김해로 갔다. 1시간 남짓 나고야행 비행기를 타는데, 새벽에 일어나 3시간 이상 자동차를 타고 가는 불편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광주·전남 시도민 상당수는 외국에 가려면 시간·비용을 들여 김해, 인천으로 가야 한다. 한 달여 전 뒤늦게 여름휴가를 제주에서 보내기로 했는데, 무안국제공항~제주 티켓을 간신히 구해 다녀왔다. 집에서 무안국제공항까지는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광주 민간공항이 이전하더라도 시민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지척에 국제공항 두고 김해·인천으로

인천·김해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관광을 위해 광주·전남까지 찾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을 담당하는 항공 물류 서비스의 영역은 계속 확장중이지만, 광주·전남은 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관련 기업들의 운송단가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항공정비산업, 항공서비스업 등 관련 산업 역시 커나갈 수 없다.

2007년 11월 개항한 무안국제공항이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도민과 지역기업들의 몫이다. 그 이유는 모두 알고 있다. 광주시가 무안국제공항을 마치 ‘남의 자식’ 보듯 하면서 시·도의 공항 역량을 한 곳에 집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광주시와 전남도 간 공항 갈등을 목도하면서 무엇보다 광주시의 ‘소탐대실’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광주공항은 오로지 제주에 가서 소비하려는 일부 시민의 편의를 위한 기반시설이다. 반면 무안국제공항이 제 자리를 잡는다면 외국과의 교류에 있어 편의성·경제성 등을 높이고, 이 지역을 찾아 소비하려는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게 된다. 광주 민간공항을 계속 고집한다면 광주·전남의 협력과 상생 역시 요원할 수밖에 없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라면 광주공항은 무안국제공항 개항과 동시에 통합됐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무안국제공항을 활성화하기 위해 상당한 무리를 해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에 무안국제공항을 경유하는 역까지 집어넣었다. 그만큼 전남도에게는 절박한 과제인데도 광주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가 꿈꾸고 있는 도시이용인구 3000만명과 인공지능·미래차 실증중심도시, 전남도가 바라는 외국인 관광객 및 자본 유치, 신재생에너지 산업 거점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북적이는 국제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까이 있는 무안국제공항을 세계의 관문으로 만들기 위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노력은 17년간 계속 이어져야 했었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방안 마련부터

광주시는 심지어 군공항을 받는 조건으로 민간공항을 넘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광주의 소음 유발 시설인 군공항 이전을 민간공항과 연계하면서 오히려 갈등·마찰은 커지고 무안군의 반발은 더 확고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해안가에 좀 더 넓은 면적의 군공항이 들어서면 소음 피해가 대폭 줄고, 영향을 받는 주민 수도 급감할 것이다. 1조원의 지원금이 무안 발전에 보탬이 될 것도 분명하다. 문제는 무안군민이 광주시를 전혀 믿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켜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알리고, 설득한다고 해서 쉽게 마음을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광주 군·민간공항은 무안국제공항으로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순서와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광주시는 장기적이며 보다 넓은 안목에서 민간공항을 이전해야 한다는 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이어 전남도, 무안군과 광주 민간공항 이전을 포함해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이 광주가 세계로 향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진정성 있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다음 군공항 이전을 포함한 무안군미래발전계획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항공정비(MRO) 국가산업단지 조성,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등 무안군이 수긍할 수 있는 제안들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할 것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런 방향으로 새롭게 시작한다면, 군공항 이전이라는 광주의 숙원이 해결됨과 동시에 광주·전남·무안은 지역을 ‘퀀텀 점프’시킬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17년간 시도민에게 보여준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의 갈등이 앞으로 똑같이 반복된다면 지역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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