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한계 딛고 지휘단에 서다
2024년 08월 20일(화) 20:10 가가
보청기·음향 확대기 도움
‘비언어적 표현’에 집중
크로스오버싱어·지휘자로 활동
순천시KBS합창단 등 이끌어
최근 순천서 ‘가인의 길’ 콘서트
‘비언어적 표현’에 집중
크로스오버싱어·지휘자로 활동
순천시KBS합창단 등 이끌어
최근 순천서 ‘가인의 길’ 콘서트
“학창 시절 만곡 비염으로 수술을 한 뒤로 갑작스레 ‘중증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바이올린의 하이 음이 들리지 않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다 보면 불편할 때가 많죠. 그럴 때마다 소리의 진동, 시각언어 그리고 연습으로 청음(聽音)의 한계를 극복해 왔습니다.”
청각장애에도 불구, 다양한 합창단 및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지휘자가 있다. 전주에서 태어나 현재 광양 등지에서 크로스오버싱어·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우연(62) 씨가 그 주인공.
전북대 환경공학과에서 공부한 이 지휘자는 건축물의 소음을 분석하거나 소리의 진동에 대해 연구하는 ‘소음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던 까닭에 세부전공 중에서도 ‘소리’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는 것. 이후 국제신학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으며 전남제일대 언어치료학과 등에 입학해 음악과 소리, 언어 등에 대해 폭넓게 공부했다.
이 지휘자는 순천시KBS합창단, 여수광양 크리스찬코랄, 순천 시밀레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광양시 여성합창단, 보성 채동선합창단, 전주 화인합창단 등을 지휘해 왔다. 지난 18일에는 전남문화재단 ‘전남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순천 복합문화공간 청춘창고에서 콘서트 ‘가인의 길’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베토벤이 귀울음을 겪었음에도 오히려 예술활동에 진력했던 것처럼 청각장애는 나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됐다”며 “아주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듣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는 행위가 오히려 선율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지휘자는 미약하게나마 들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과 공연장 벽면 등을 타고 흐르는 ‘진동’에 집중한다. 전체적인 악곡 전개를 파악하기 위해 온 몸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현악 주자들의 보잉에 앞서 손의 움직임을 미리 읽거나, 관악 파트에서 손가락 운지법 및 호흡법, 연주자들의 눈빛 등을 통해 청각장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보청기나 음향 확대기의 도움을 받으며 비언어적 표현에 집중하는 것이 그나마 취할 수 있던 최선의 지휘법”이라며 “이후로는 청각장애가 악화되지는 않아 생활도 적응했으며, 이제 예술과 더불어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한동안 바로크 시대 절대음악 등에 심취해 여러 곡들을 공연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왔다.
“내 인생 지금부터야 내 인생 지금부터지/(…)/ 힘든 산 넘어 왔잖아 그래 지금부터야/ 험한 바다 건너왔잖아 그래 지금부터지”(이우연 ‘지금부터야’ 중에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 지휘자는 순천시 시민대학이나 광양청소년문화센터, 순천교도소 등에서 보컬클래스 강사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4년여 전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노래 ‘지금 부터야’를 발표하면서 보컬트레이너 및 크로스오버 싱어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 밖에도 ‘음악 해설사’로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남 극동방송 ‘힐링 프래이즈’, 순천 KBS방송 ‘행복한 음악여행’ 등에 출연, 클래식 음악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끝으로 미래 목표에 대해 묻자 “청각장애라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큰 과오 없이 음악인으로 살아온 데 감사할 뿐이다”며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육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장애를 가진 이들과 음악을 나누고 싶은 꿈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전북대 환경공학과에서 공부한 이 지휘자는 건축물의 소음을 분석하거나 소리의 진동에 대해 연구하는 ‘소음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던 까닭에 세부전공 중에서도 ‘소리’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는 것. 이후 국제신학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으며 전남제일대 언어치료학과 등에 입학해 음악과 소리, 언어 등에 대해 폭넓게 공부했다.
이 지휘자는 미약하게나마 들리는 소리와 함께 바닥과 공연장 벽면 등을 타고 흐르는 ‘진동’에 집중한다. 전체적인 악곡 전개를 파악하기 위해 온 몸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현악 주자들의 보잉에 앞서 손의 움직임을 미리 읽거나, 관악 파트에서 손가락 운지법 및 호흡법, 연주자들의 눈빛 등을 통해 청각장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보청기나 음향 확대기의 도움을 받으며 비언어적 표현에 집중하는 것이 그나마 취할 수 있던 최선의 지휘법”이라며 “이후로는 청각장애가 악화되지는 않아 생활도 적응했으며, 이제 예술과 더불어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곡. 한동안 바로크 시대 절대음악 등에 심취해 여러 곡들을 공연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왔다.
“내 인생 지금부터야 내 인생 지금부터지/(…)/ 힘든 산 넘어 왔잖아 그래 지금부터야/ 험한 바다 건너왔잖아 그래 지금부터지”(이우연 ‘지금부터야’ 중에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 지휘자는 순천시 시민대학이나 광양청소년문화센터, 순천교도소 등에서 보컬클래스 강사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4년여 전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노래 ‘지금 부터야’를 발표하면서 보컬트레이너 및 크로스오버 싱어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 밖에도 ‘음악 해설사’로 다양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남 극동방송 ‘힐링 프래이즈’, 순천 KBS방송 ‘행복한 음악여행’ 등에 출연, 클래식 음악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끝으로 미래 목표에 대해 묻자 “청각장애라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큰 과오 없이 음악인으로 살아온 데 감사할 뿐이다”며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지금처럼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육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정신적, 정서적 장애를 가진 이들과 음악을 나누고 싶은 꿈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