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언어로 채워진 비유와 상징의 미학
2024년 08월 12일(월) 14:30
화순 출신 이명덕 시인 시집 ‘당신에게 봄’ 펴내
이명덕 시인
시인에게 시는 다양한 의미로 기호화된다. 어떤 이에게 시는 추구하는 예술세계이며, 어떤 이에게는 내밀한 내적 고백이기도 하다. 또 어떤 이에게는 예술에 대한 지고지순한 지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가 기도인 시인도 있다. 화순 출신 이명덕 시인이 최근 펴낸 ‘당신에게 봄’(문학의 전당)은 절대자를 향한 기도이자 간구로 다가온다. 한 편 한 편이 주는 깊이와 무게, 울림이 만만치 않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한없이 작고 남루하지만 두 손을 모을 때마다 손끝을 타고 오는 전율이 있다”며 “당신이라는 인칭대명사에 다 담을 수 없는 너무 거대하고 아련한 섬광 같은, 그러니 나의 기도가 매일매일 뜨거울 수밖에……”라고 말한다.

작품집에는 현실의 삶을 성찰하면서도 영혼의 세계를 추구하고 노래하는 시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종교가 규범의 영역인 반면 문학은 자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두 부분은 일정 부분 사유가 겹친다.

“잘못 쓴 글자 하나 때문에/ 온 여백을 구겨버린 일 있다/ 잘못 쓴 글자는 폭력이 된다// 백지 위에 글을 쓸 때마다/ 글자에 무슨 오물이 묻진 않았는지/ 어떤 미움과 회초리가/ 들어 있지 않나 살피게 된다/(후략)”

위 시 ‘백지’는 말의 중요성, 엄숙함을 노래한 작품이다. 화자는 일상에서 쉽게 쓰는 세상의 말, 신앙과 구도를 담은 진리의 말 사이의 길항을 섬세하게 바라본다. 언어는 존재 그 자체를 규정하기에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가는 존재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언어의 과잉, 의도된 주관화 등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들을 읽노라면 다양한 비유와 상징이 지니는 깊이와 담백한 미를 느낄 수 있다. 성경 속 시편과 잠언의 미학이 배면에 드리워져 있어 종교적 사유는 물론 시인의 시적 세계를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사에서 “오래된 대장간에서 쇠가 말랑해지는 걸 지켜보며 남루한 이웃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 하는 생활 속의 시인입니다”라며 “시인에게 깊이 스며든 신앙심은 시의 자양분임에 분명하고 낮은 곳을 향한 사랑의 원천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라고 평한다.

한편 이명덕 시인은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지금까지 ‘도다리는 오후에 죽는다’, ‘그 여자 구름과 자고 있네’, ‘스펑나무 신전’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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