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교가’ AI 입고 ‘힙’해졌네
2024년 07월 22일(월) 20:20
곡성교육청 교가 편곡 프로젝트
광주 미디어사 모달 작업 참여
유치원·초등학교 등 10개 교가
알앤비 등 접목 세련된 멜로디 변신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점을 재미있게 풀어낸 광주 봉선동가 ‘더불어’ 뮤직비디오 한 장면.

학창 시절 대부분 ‘교가’를 불러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지역의 산, 강 등 명소를 가사에 투영한 노래들은 공동체 정신을 환기하고 지역애를 북돋웠다. 그러나 일부 교가의 천편일률적인 가사, 일제 잔재, 성차별적 내용은 시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최근 AI기술을 활용해 낡은 교가를 현대화하는 프로젝트가 펼쳐져 눈길을 끈다.

곡성유치원, 옥과초병설유치원을 비롯해 곡성중앙초, 석곡초, 오산초, 옥과초, 곡성중, 석곡중 등 지역 10여개 학교 교가들이 ‘새 옷’을 입었다. 광주 미디어사 모달(대표 김정은)이 곡성교육지원청 제안을 통해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교가 편곡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편곡이 완료된 총 10개의 교가들은 알앤비, 발라드, 뉴에이지 등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와 접목돼, 세련된 멜로디로 변모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교가는 코드와 멜로디 라인 등에서 현대화된 요소들이 돋보인다.

모달 김정은 대표는 “현세대의 아이들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전과는 다른 음악적 감수성을 갖고 있다”며 “학교 의례행사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흥얼거릴 수 있는 교가를 만들고 싶었다”고 편곡 의도를 밝혔다.

곡성중 교가 편곡 중인 모달 김정은 대표. <모달 제공>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편곡 작업에 김 대표가 자체 제작한 AI 음성 모델을 활용한 ‘회귀형 음성 변환’ 기술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회귀형 음성 변환 기술’을 활용해 남녀 성별에 대응하는 AI음성모델 ‘J5 Kid’와 ‘ZSA Kid’를 개발해 이번 편곡 작업을 진행한 것.

‘회귀형 음성 변환 기술’은 녹음본 또는 음원에서 추출한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모델이 원하는 노래를 학습해 자동으로 편곡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인간으로 빗대자면 ‘모창’과 비슷한 기술이다”며 “이번에는 편곡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향후 AI를 활용해 가사 및 멜로디 창작까지 이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모달은 이번 교가편곡과 별개로 광주 지역별 특성을 뮤직비디오에 담은 ‘동가(洞歌) 창작 프로젝트’도 진행해 왔다. 광주 콘텐츠코리아랩·창업진흥원 지원을 통해 광주 임곡동, 송정동 등을 모티브로 18개 곡을 창작했다.

동가 노랫말에는 광주가 품고 있는 인적 자원, 지역 특성 등이 반영돼 있다. ‘임곡동’에는 “기대승 선생의 월봉서원/ 민중항쟁 시대의 등불 윤상원 열사 생가”와 같이 광주민중항쟁, 광주 서원과 관련된 가사가 담겨 있다.

이외에도 서구 발산마을 비문에 적혀 있는 글귀를 인용한 “저쪽 언덕을 볼 수 있을 만큼 어느새 크게 더 높이 자라 있겠죠”(‘발산마을 동가’ 중에서), 운율감과 반복의 묘를 살린 “송정동 송정동동동동으로 가요/(…)/KTX 송정역 앞까지 발이 멈추고”(‘송정동’ 동가 중에서) 등 노랫말들은 지역 로컬리티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광주 곳곳을 모티브로 동가를 창작하고, 지역과 협업해 교가 현대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싶다”며 “향후 AI기술을 활용해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위한 웹연극 작업물도 광주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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