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 초·중·고 교원이 학생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 건수가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3, 4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광주 초·중·고 교원(교직원, 강사 포함)이 학생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 건수는 44건이었다. 이는 경기(89건), 서울(82건)에 이어 전국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광주는 2019년 12건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 6건, 2021년 3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나고 정상 등교가 시작된 이후 2022년 9건, 2023년 12건으로 늘었다. 2024년 현재 2명이다.

가해 유형별로는 성희롱이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추행 11건, 성폭력 2건, 기타(사이버성폭력, 불법 촬영 등) 2건 순이었다.

전남은 2019~2021년 3년 동안 자료를 집계하지 않았으나, 2022~2024년 3년간의 건수만으로 33건에 달해 전국 4위에 해당했다.

전남에서는 2022년 15건, 2023년 13건, 2024년 5건 등 해마다 두자릿수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성폭력 사건을 가해유형별로 구분한 자료를 관리하고 있지 않다.

진 의원은 광주·전남을 포함한 교원이 저지른 성범죄 중 상당수가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범죄’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루밍 성범죄는 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가해자를 잘 따르도록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성범죄다.

교원이라는 지위와 위력을 이용해 학생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기 쉬운만큼 그루밍 성범죄가 일어날 위험성도 크다.

각 교육청이 제출 자료에 따르면 ‘피해학생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한 경우’, ‘교사가 학생에게 옷, 음식을 사주겠다고 하고 손을 만진 경우’,‘카톡으로 사랑한다, 키스하고 싶다고 발언한 경우’, ‘수업 중 초등학생인 학생에게 “사랑한다”고 귓속말을 하며 강제추행을 한 경우’, ‘볼, 이마를 맞대거나 뽀뽀한 경우’, ‘교사가 여학생의 손을 잡으며 좋아한다고 발언한 경우’ 등 범행이 주류를 이뤘다. 이는 전형적인 그루밍 범죄로 추정되는 사례라고 진 의원은 설명했다.

진 의원은 교육부는 물론 17개 교육청 모두 그루밍 성범죄에 대해서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학교 현장에서 학생 대상 교원의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성범죄 예방 교육·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특히 그루밍 성범죄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과 가족도 학생이 성범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