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할 아이들이 자꾸 줄어 안타깝습니다”
2024년 04월 29일(월) 19:40
‘기부 천사’ 장흥 출신 엘디마트 정읍점 안정남 대표
25년째 어린이·어르신 등 다양한 계층 지원…기부금액 40억
어린이날마다 선물 수 천개 준비…대한민국발전대상 등 수상

안정남 엘디마트 정읍점 대표가 지난해 성탄절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장흥 출신 엘디마트 정읍점 안정남(79·사진) 대표는 25년째 매년 어린이날과 성탄절에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나눠준다. 올해도 오는 5월 5일 마트 앞에서 어김없이 기부 행사를 갖는다. 안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할 물품들을 저학년, 고학년, 남학생, 여학생 4종류로 나눠 선물을 마련할 계획이다. 학용품과 장난감, 먹거리 등을 포장한 선물 꾸러미 2000개를 만들고 상품권과 장학금 등도 함께 나눠준다. 그는 단기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선물 꾸러미를 만드는 등 행사를 준비한다.

장흥읍에서 농기계 대리점을 운영하며 불우이웃을 돕기 시작한 안 대표는 1999년 마트를 개업한 후에는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1년에 두 번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어렸을 때 도시락도 싸가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어요. 돈이 없어 공부도 못했습니다. 고등학교도 못 다니며 기술을 배웠죠. 너무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돈을 벌면 어린이들과 불우이웃을 위해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20여 년전 장흥에서 선물을 받아 간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온다”며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첫 기부는 급식비가 없어 학교에서 눈칫밥을 먹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10여년 간 장흥 지역 학교에서 2명씩 추천 받아 급식비를 지원하던 그는 직접 마을을 돌며 부모 없이 자라거나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아이들을 찾아내 도왔다. 또 수시로 경로당을 방문해 음료수와 과자 등 간식도 기부하고 있다.

“옛날에 힘들게 살았던 어른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20여 년 전에는 52개 마을 읍사무소에서 명단을 뽑아 마을 이장과 함께 쌀과 라면을 싣고 나눠 주었지요.”

10년 전 전북 정읍시로 이사를 간 안씨는 군·읍민의 날이면 꼭 고향인 장흥 경로당을 찾는다. 지난해에는 67곳을 돌며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다. 장흥과 정읍 마트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 기부를 동시에 진행하면 1년에 2억 이상 든다.

다양한 계층을 위해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 40여 억원이 넘는 그는 그동안 장흥군민의 상, 대한민국 발전대상, 대한민국회의장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3년 전부터는 정읍 엘디마트 앞에서만 행사를 여는 그는 갈수록 줄어드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예전에는 장흥, 강진, 보성 아이들이 다 몰려와 선물 4500개를 준비해도 모자랐는데, 요즘에는 학생 수가 3분의 1로 줄었어요. 남는 선물은 자애원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어린이 한 명 한 명이 다 귀한 보물이자 우리의 미래인데 아이들이 줄어 너무 안타깝죠. 출생률이 감소해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될 지 걱정이 큽니다.”

이제까지 기부한 금액을 묻자 그는 “계산 같은 거 안 한다”며 웃었다.

“요즘 불경기라 정말 힘듭니다. 저축해 놓은 돈 하나 없어 이제 돈 좀 모을까도 싶지만, 어렵게 살았던 시절만 머릿속에 남아있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베풀며 살아야죠.”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