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거목’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큰별’ 지다
2024년 04월 01일(월) 00:00
‘재계의 거목’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9일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섬유 한국’의 신화를 쓴 뚝심의 기술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해 섬유 관련 주요 기술을 국산화하며 한국 섬유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자 효성을 스판덱스 세계 1위, 타이어코드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운 장본인이다.

일본과 미국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답게 기술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다. 1967년 신혼여행을 이름도 생소했던 이탈리아 포를리로 선택한 일화는 유명하다. 동양나이론 기술진이 이곳에서 기술연수를 받고 있었기 때문인데 밤새 직원들과 토론을 벌인 열정은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기술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와 ‘꿈의 신소재’인 탄소섬유는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경남 함안 출신이지만 고인의 호남 사랑은 유별났다. 창원에 가용 부지가 있었는데도 2013년 1조 2000억원을 들여 전주에 국내 최초 탄소섬유 공장을 설립했고 2022년에는 전남도와 그린수소 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맺고 2031년부터 연간 20만t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등 전남을 그린 에너지산업의 메카로 육성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고인은 경영뿐 아니라 재계에도 잊지 못할 큰 족적을 남겼다. 5년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아 규제 개혁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 앞장섰다. 유창한 영어와 일본어를 바탕으로 민간 경제외교관 역할에도 나서 한미재계회의 한국측 위원장을 맡아 대미 수출의 기폭제가 된 한미 FTA 체결을 주도했고 한일경제협회장으로 일본과의 우호 협력과 관계 개선에도 기여했다.

35년간 효성을 이끌며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고인은 효성(曉星)그룹의 이름처럼 이제 반짝이는 ‘샛별’이 됐다. 재계의 거목을 더 이상 만날 수는 없지만 그가 남긴 기술보국의 기업가 정신과 사회와 이웃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봉사정신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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