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유람 ‘담양’] 산·들·바람에 수줍은 봄기운…길 따라 흐뭇한 발걸음
2024년 03월 04일(월) 18:50
하늘로 죽죽 뻗은 대나무 숲 ‘죽녹원’
햇빛 부서지는 담양호 ‘용마루길’
복합 문화거리 변신 ‘다미담 예술구’
계절마다 다른 풍광 메타세쿼이아길
보고 먹고 즐기고…곳곳이 인생샷 성지

하늘에서 내려다 본 담양호와 무심정. 담양호 수변에 도보길 ‘용마루 길’이 조성돼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담양군이 죽녹원과 관방제림, 담양호 ‘용마루길’, 소쇄원 등 생태·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관광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연다. ‘담주 다미담 예술구’를 비롯해 담양 LP음악 충전소, 해동문화예술촌 등 도시재생 프로젝트 또한 담양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 3월 봄기운이 생동하는 담양의 멋과 맛, 흥을 찾아 떠난다!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녹색 축(軸)= 새봄이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어김없이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다. 담양여행의 첫 발을 죽녹원에서 시작한다. 죽녹원은 푸르다. 안내도에는 ‘음이온 발생’과 ‘풍부한 산소방출’, ‘심신안정 효과’ 등 3가지 ‘죽림욕 효과’가 적혀 있다. 하늘로 죽죽 뻗은 대나무 숲을 싸목싸목 거닐며 심호흡을 해본다. 겨울을 견뎌내고 새봄을 맞은 대숲의 에너지가 폐부까지 충만해온다.

대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소중한 담양의 자산이다. 과거에는 대나무로 만든 죽물이 담양 경제를 흥하게 했다면 현재는 죽녹원 등 대나무 공간이 여행자의 발길을 담양으로 이끌고 있다. 죽녹원내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사색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개성적인 이름을 달고 있다. 대숲에 소원을 말해보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길’도 조성돼 있다. 어느 코스를 걷더라도 대숲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왕대와 맹종죽, 솜대 등 대나무도 다양하다. 죽녹원에는 ‘죽초액 한옥쉼터 족욕장’을 조성해 놓았다. 15분 동안 족욕 체험(체험요금 3000원)을 하며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다.

죽녹원을 나서면 관방제림(官防堤林)으로 이어진다. 1648년(조선 인조 26년) 부사 성이성이 매년 되풀이되는 수해를 막기 위해 인근 백성을 시켜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제방 좌우에 심어진 나무들은 이름표를 달고 있다. 376년 전 수해를 막기 위해 선조들이 심은 나무는 일상생활에 지친 후손들의 등을 다독여준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국가 산림문화자산과 남도 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양묘에 의해 생산된 묘목’으로 조성한 가로수 숲길이라 더욱 뜻 깊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거리숲 부문 대상,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사계절마다 색다른 풍광을 여행자들에게 안겨준다.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로 이어지는 담양 ‘3대 명품 숲’에서 새봄을 맞는다.

‘딜라이트 담양’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 작품 ‘달’.
◇산과 물, 하늘이 어우러지는 담양호 ‘용마루길’=담양호 수변 도보길은 ‘용마루 길’이다. 추월산 정상에서 담양호를 내려다보면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목교를 건너가면 ‘용마루 1길’(총거리 3.9㎞)이다. 오른쪽에 담양호, 왼쪽에 산자락을 두고 나무데크 길을 걸어본다.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한 몸을 이룬 연리지(連理枝)가 눈길을 끈다. 두 나무가 마치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어깨동무 사랑나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용마루 길’은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경계해야 하던 시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을 견디게 한 공간이다.

새로 조성된 ‘용마루 3길’은 목교부터 수변을 따라 용면 도림리까지 이어진다. 무심정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수변 데크를 따라 걸어갈 수 있고, 추월산 무릉도원터널 앞에 만들어진 임도를 이용할 수 있다. 차단기가 있는 입구에서 무심정까지는 1㎞ 거리. 세석이 깔려 있는 비포장 임도이다. 담양호로 돌출된 자리에 세워진 무심정은 최고의 뷰 포인트이다. 추월산에서 금성산 방향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겨본다. 어떤 광각 렌즈로도 다 담을 수 없는 파노라마 풍광이다.

무심정에 앉아 있으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오로지 나와 나무와 물과 하늘뿐이다. 연두빛으로 물드는 새봄이 찾아오면 신록 예찬을 할 수 있으리라. 여행자는 세상살이의 온갖 번뇌와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고 무심(無心)에 이르리라.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있는 듯한 첫인상을 풍기는 ‘메타 프로방스’.
◇청년 세대 발길 이끄는 ‘다미담 예술구’와 ‘메타 프로방스’=담양군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담주(潭州) 다미담(多味潭) 예술구 조성사업’에 발 벗고 나섰다. ‘담빛담루 마을기록관’부터 ‘마을길잡이센터’까지 180m 길이의 도로명 ‘담주4길’이 아기자기한 복합 문화거리로 바뀌고 있다. 기존 담양시장도 크게 탈바꿈된다. 3월 말 완공 목표로 ‘옥상정원형(루프탑가든형) 담양시장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다미담 예술구 공간은 크게 담양시장과 담양시장통 골목 등 두 개의 골목으로 형성돼 있다. 담양시장 골목은 ‘풍미의 공간’(味州)로, 담양시장통 골목은 ‘예술의 영역’(藝州)으로 각각 조성된다.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깔끔하게 단장된 ‘예주(藝州) 구간’(쓰담길)은 문화예술 활동가와 청년상인을 지역으로 유입시켜 복합 문화거리로 조성하는 중이다. 크게 ▲문화예술공간 ▲기획전시공간 ▲청년창업공간 ▲상업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섬유(자수)공방, 김영희 갤러리(판소리전수·전통자수), 라탄공방, 목공예·옻칠공예 체험장, 전통예술 전수관 ‘담락’(潭樂), 스테인드글라스 공방, 독립서점 ‘수북수북’, 다미담 갤러리·카페, 도시재생지원센터, 건강약선연구소, 유기농·우리밀 빵집, 핫도그집, 소품샵, 찻집, 마카롱·구움과자집, 마을길잡이센터….

또한 ‘쓰담길’에는 담양의 근대 건축물들이 복원돼 있다. 영산강 농지개량조합 담양지소, 창평면사무소, 금성면사무소, 대동의원, 담양군농업협동조합 등이다. 앞으로 기존 상점과 새로 조성된 공방, 복원된 근대 건축물들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예술거리, ‘담주 다미담 예술구’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담양을 대표하는 독특한 문화특성화 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담양에는 ‘담주 다미담 예술구’ 외에도 ‘담양 LP음악 충전소’, ‘해동문화예술촌’, ‘담빛예술창고’ 등 도시재생 공간들이 있다. ‘담양 LP음악 충전소’는 아날로그 감성 공간이다. 2층 ‘LP바이닐 홀’에서 자신만의 LP를 찾아 턴테이블에서 들을 수 있다. 손쉽게 LP를 찾을 수 있도록 검색시스템을 갖췄다.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주변에 자리한 ‘메타 프로방스’는 패션 아울렛과 음식점, 카페, 찻집, 공방, 소품샵, 펜션, 풀빌라 리조트, 호텔 등을 두루 갖춘 복합 상업시설이다. 명칭은 ‘메타세쿼이아’와 프랑스 남부 휴양지 ‘프로방스’의 합성어이다. ‘메타 프로방스’에 들어서면 주황색의 기와지붕과 하얀 색 벽면 건물들이 우선 눈에 띈다. ‘담양 속 작은 유럽마을’이라 할 수 있다. 메터세쿼이아 가로수길과 ‘메타 프로방스’는 도로 하나만 건너면 될 정도로 가깝다. 생태관광 일번지인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가사문학권 등 담양의 자연·생태·문화를 보기 위해 찾아 온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먹고, 쇼핑하고, 숙박을 할 수 있다.

‘메타 프로방스’ 공간 곳곳이 포토 존이다. 자물쇠와 대형 하트 포토 존과 ‘향나무 포토존’과 ‘골목길 포토 존’, 알록달록한 색상의 건물, 컬러 마카롱 의자 등 어디든 스마트 폰으로 ‘인생 샷’을 담을 수 있다. 골목골목이 이국적이다. 개성적인 ‘인생 샷’을 SNS에 올리려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잘 어울린다. 가면을 들고 있는 중앙광장 조형물은 ‘오페라의 유령’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밖에도 담양군 월산면에 자리한 ‘딜라이트 담양’은 담양의 자연·생태·문화를 인문학으로 재해석한 체험형 미디어아트 전시장이다. ‘달’(Moon)을 비롯해 ‘담양 이야기’, ‘빛의 호수’, ‘환상의 계곡을 지나’, ‘딜라이트 담양’, ‘숲의 갤러리’, ‘설화’ 등 11개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입장마감 오후 6시). 연중무휴 상시 오픈한다.(담양군 월산면 화방송정길 21-14)

/송기동·담양 한동훈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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