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는 보이스피싱 수거책 실형 이유는?
2024년 02월 25일(일) 20:20
광주지법 “범행 충분히 인식”
60대·40대 여성 징역형 선고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모르고 활동했다’고 범행을 부인한 60대와 40대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닌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임을 충분히 인식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김용신)은 사기 등으로 기소된 A(여·65)씨와 B(여·43)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월과 2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2년 5월부터 6월까지 다수 피해자에게 1억 5000여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받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채무자를 노리고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집단이 지난 2022년 5월께 정보지에 게재한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당과 수수료 등으로 하루 15만~30만원(기타경비 별도)를 주겠다. 현금을 수금해 자동입출금기를 통해 지정 계좌로 송금해 달라’는 제안을 받고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없었고 조직원들과 공모한 사실이 없었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들이 과거 직장생활을 한 경력이 있고 현재도 일하고 있어 일반적인 취업절차를 잘 알고 있으면서 이름도 모르는 자가 제안하는 비정상적인 취업 절차, 수당 액수, 업무 지시 방법, 업무 지시 내용 등을 승낙한 점으로 미뤄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들은 텔레그램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받았고, ‘피해자를 만날때 주차는 좀 떨어진 곳에 하라. 피해자가 혼자인지 확인하고 만나라’ 등의 이례적인 지시를 따랐고, 수거한 현금을 100만원씩 단위로 여러 명에게 입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C업체 회사에 취직했다”고 주장하지만, 면접을 거친 바도 없고 C회사 직원을 만나거나 방문한 적도 없으며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범죄는 검거에 대비해 각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고도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현금수거책 역할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면 범행을 순차 적으로 공모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경제적 폐해가 심각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고 일부 피해(1730만원)가 회복된 점, A·B씨가 범죄수익금을 대부분 보유하지 않은 점 등을 두루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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