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호남産 전기 수도권으로 송전망 동맥경화 뚫는다
2024년 01월 01일(월) 18:35
호남, 태양광·해상풍력 발전 밀집
원전 수명 연장으로 전력 공급량 풍부
2036년까지 서해안 해저 전력 도로 건설
해남~서인천 연결 초고압직류송전 구축
송전탑 반발 해소·공장 전력 부족 해결
민간 사업자 건설 참여 방안 확대
동해안 전력 수도권 공급망 설치 추진도

나주시 빛가람동 소재 한국전력 본사 사옥.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오는 2036년까지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서해안 HVDC 건설사업’을 추진한다.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는 우리나라 땅끝으로 불리는 전남 해남부터 수도권인 서인천까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서해 해저에 설치해 구축되는 전력 송전망으로, 최초로 송전망 건설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사업이다.

해저 전력 고속도로가 성공적으로 건설될 경우 지상에 설치되는 송전탑 건설로 인한 주민의 반발을 해소할 수 있는 동시에 호남지역에서 생산된 원전·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까지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호남에서 생산된 원전·신재생에너지 발전력을 수도권에 전달할 수단인 전력계통이 부족해 호남의 남아도는 전력을 처리하기 어려워 태양광 출력정지 및 원전 감발까지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 우리나라 인구의 50.6%가 거주하고 있고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첨단전략산업단지 등이 위치해 전력 수요량이 많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도)은 항상 전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서해를 종단하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를 구축해 호남의 전력 과생산 문제 및 수도권의 전력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 등 전력망 확충 필요성=그동안 에너지 생산량과 무관하게 우리나라는 전력계통의 불안정성 문제가 지속돼왔다.

전력계통이란 전력이 생산지로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연결망을 가리키는데, 전력은 석탄·수력·태양광·원자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돼 송전, 배전 등의 과정을 거쳐 일반가정 및 기업, 공장 등에 도착하게 된다.

흔히 일컫는 전기라는 에너지는 저장성이 떨어져 생산과 소비가 단기간에 이뤄져야 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에 지역별 전력 생산과 수요의 균형을 맞춰 전력을 60㎐로 일정하게 송출하는 전력계통 안정화가 중요한데, 전기의 공급 또는 수요가 과잉돼 불안정한 상황이 되면 대규모 정전 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원 증가 등의 이유로 전력계통의 불안전성이 커졌고 전력 생산량의 예측도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서 과잉공급되는 경우 발전소에서는 출력을 셧다운하는 출력제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서는 냉·난방으로 인해 전력수요량이 많은 여름·겨울이 아닌 봄에도 전력수급특별대책을 발표했고,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호남·경남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의 출력제어를 최대 1.05GW 규모로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남는 지역의 전력을 수요량이 많은 수도권으로 보낼 수 있는 송전망 추가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정부와 한전이 최근 발표한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발표한 대표적 사업이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 즉 ‘서해안 HVDC(초고압 직류송전)’ 사업이다.

서해·호남지역은 해상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집중돼 있고, 원전 수명 연장으로 인해 지역 내 전력수요 대비 발전력 과잉 문제가 전망된다.

태양광의 경우 2036년 전력 보급목표인 65.7GW 중 63%가 호남지역에 집중돼 있고, 해상풍력 발전도 신안(8.2GW), 여수·고흥(6.0GW) 등 호남지역에 밀집된 상황이다. 더불어 한빛원전 1~3호기의 수명연장에 따라 원전 설비량도 기존 2.9GW에서 5.9GW까지 증가했다.

이에 서해·호남지역의 잉여 발전력을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해 대규모 지역 간 송전망이 필요해졌다.

특히 지난 3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첫 국가산업단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50년 기준 연간 10GW 이상의 전력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가동을 위해서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사업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망 구축을 위한 정부 인허가·보상 및 특별법 추진=정부는 전력·송전망 구축을 위해 인허가·보상 등 특별법 추진 및 추가 제도를 마련한다.

지난 4일 개최된 제 3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산자부는 전력계통 혁신대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을 논의했다.

특히 송전망 설치로 인해 생기는 토지 소유주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및 보상 현실화 방안 등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송전망 설치가 예정된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 등으로 인해 송전망 설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전은 그동안 논의돼왔던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28일 한전에 따르면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통해 신해남-태안-서인천(430㎞)와 새만금-태안-영흥(190㎞)에 각각 4.7조원, 3.2조원 등 총 7.9조원의 비용을 들여 서해 해저로 최대 8GW의 전력을 수송할 수 있는 송전망을 오는 2036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계획은 송전선로 시·종착점 확정(2023년12월), 경과지안 마련(2024년 상반기), 관계부처 협의(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한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동철 (가운데)한전 사장.
특히 호남 지역은 전국에서 태양광 에너지 발전원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태양광 에너지 사업 신규허가 건 수를 줄이는 등 규제를 할 정도로 전력 생산량이 많아져 일정 기간 발전을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해왔다.이에 서해에 해저 송전망을 구축해 넘치는 전력을 수요량이 많은 수도권에 수송하고, 정전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게 됐다.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는 장거리 해저 송전선로 최초 추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해저시설물 위치, 점용 및 관리주체를 명확화하는 한편, 해상 그리드 산업 육성, 건설 속도 등을 고려해 건설방식, 기술개발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도입해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345㎸ 기준 평균 13년에서 9.3년으로 단축하기로 했고, 전력의 출력조절이 가능한 유연화 전원의 비중을 62%로 2배 가까이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민간 사업자의 건설 참여 방안 확대 및 동해안 지역 전력망 확장=정부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해 민간 사업자가 송전망 건설에 참여하는 방안을 확대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는 전력망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해 기존 한전이 전담하던 송전시장을 민간 사업자에 개방하지는 않는다.

산자부는 지난 4일 개최된 제30차 에너지 위원회에서 논의된 전력계통 혁신대책은 우리나라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전력고속도로 ‘동해안-수도권 HVDC’와 남북을 종단하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서해안-수도권 HVDC)’의 건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HVDC의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민간의 건설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설계와 시공 부문에만 민간 사업자가 참여해왔지만, 용지확보 및 인·허가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건설 이후 운영권은 한전에 설비가 귀속되고, 운영 역시 한전이 수행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26년 6월까지 동해안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할 수 있는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도 추진한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원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활발하지는 않지만 그에 맞먹는 원전 및 화력발전소 등 발전 설비가 밀집해 있지만 송전망 부족 문제로 수도권 전력 공급은 원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동부 140㎞·서부 90㎞(1단계)와 양평·하남 50㎞(2단계)에 이르는 국내 최장 육상 HVDC도 건설할 계획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 4차 에너지위원회에서 “동해안·서해안 지역에 국가 핵심 전력망을 건설하기 위해 인·허가, 보상 확대 등의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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