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심사] 엇갈린 관계, 전쟁 참상, 생태학적 문제 등 다양
2023년 12월 14일(목) 20:10
시·소설·동화 등 총 1932편
현실에 기반을 둔 작품 많아
당선작 2024년 신년호 발표

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심사가 14일 본사 편집국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배다인 동화작가, 손택수 시인, 정이현 소설가.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문학은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문학의 정의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과의 관계,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 직장 내의 갈등, 노동 문제 등은 여전한 창작의 화두가 된다는 의미다.

올해 신춘문예 심사에서도 그러한 경향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 그것의 의미를 묻는 작품들이 많았다는 것은 오늘의 시대가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심사가 끝났다.

이번 심사는 14일 본사 편집국 9층에서 진행됐으며 정이현 소설가, 손택수 시인, 배다인 동화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올해는 시 1613편, 소설 172편, 동화 147편 등 1932편이 투고됐다. 작품 투고는 예전과 비슷한 현황을 보였으며, 작품들에선 문청들의 신춘문예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에 따르면 예년과 달리 상대적으로 SF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거나 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많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올해도 응모자들은 광주 전남 외에도 전국 각지에 분포할 만큼 다양했다. 서울과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 영남, 충청, 제주 등에서 투고를 한 이들과 외국에서 작품을 보내온 응모자도 있었다.

응모작 가운데는 한시 창작 작품도 있었고, 소설 부문은 단편 응모가 대상인데도 중편을 보내온 투고자도 눈에 띄었다. 또한 한명이 여러 작품을 투고한 경우도 있었는데, 신춘문예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으로 다가왔다.

소설은 현실과 밀착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삶을 다룬 서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견 이해되지만 활달한 상상력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정이현 소설가는 “노동의 현장에서 일어난 이야기, 가족 관계의 문제 등 현실에 토대를 둔 작품들이 많았고 ‘연대’의 의미를 묻고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는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며 “죽음 앞에 직면한 인물들을 내세워 삶과 죽음의 본질을 성찰해보려는 작품들도 보였다”고 평했다.

그럼에도 “서사가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그 서사는 어느 정도 새로운지 그 전개 과정이 읽는 이를 설득할 만한 플롯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우선적으로 살폈다”며 “신인다운 실험성과 상상력을 갖춘 작품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는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견해다. 다양한 소재와 일상적 사물을 매개로 한 내면의 사유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많았다.

본심을 맡은 손택수 시인은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들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참상부터 기후변화 시대의 생태학적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근래에 보기 드문 시적 원심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며 “주제나 개념의 중력을 이겨내고 미적 부력의 경쾌하고도 내밀한 감각을 제시한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고 평했다.

이서영 시인은 “새로운 발상과 시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며 “한편으로 시적 발견의 지점은 참신하지만 고유한 사유를 드러내 보이는 문장들을 찾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고 평했다.

동화 부문은 예년과 달리 특정한 분야에 소재가 편중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체적 외모 등이 놀림 대상이 되거나 어른 세계 갈등이 중심축을 이루는 서사는 참신성 면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됐다.

배다인 동화작가는 “사물과 곤충, 무생물의 시점에서 사건이 전개되는 경향이 많았는데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면이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고른 편이었고 친구 사이의 갈등이 주를 이루는 현실동화 응모작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각 부문 당선작은 2024년 광주일보 신년호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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