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달 항아리, 보석꽃 피어나다
2023년 12월 13일(수) 15:55
고재희 도예가 17일까지 이화갤러리에서 전시
달 항아리에서 보석꽃이 피었다. 깊고 그윽하다. 시골 토담집 항아리에서 핀 수수한 꽃들과는 다른 느낌을 발한다. 달 항아리에서 핀 꽃은 꽃대로, 시골 항아리에서 핀 꽃은 그것대로 저마다 향기를 발한다.

예술의거리 이화갤러리에서 열리는 도예가 고재희 개인전 ‘비움 달 항아리, 보석꽃 피어나다’.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비움 달 항아리의 은은한 멋과 고아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크고 작은 달 항아리가 발하는 것은 어쩌면 빈 마음, 무욕일 게다.

이와 달리 달 항아리에서 피어난 보석꽃은 세련된 우아미를 전한다. 마치 여백에 점 하나 찍은 것 같다. 하얀 색 바탕에 푸른빛은 서늘하면서도 은은한 대조를 이룬다.

달 항아리가 주는 본질적인 이미지와 의미는 빠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쉼’과 ‘숨’을 환기한다. 저마다 달려온 삶의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가야할 시간을 가늠하게 한다. 그 비워낸 자리에서 피어낸 보석꽃은 위로와 결실로 다가온다.

물론 모든 비움 달 항아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조금 찌그러진 것도 흠이 있는 것도 있다. 우리의 모든 삶이 그러하듯, 항아리는 저마다 그 자체 생명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고재희 도예가는 “공허한 공간에 채워진 달 항아리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며 “아픔을 담아 항아리의 형태를 잃고 조각들이 된 파편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며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태어난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전남대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아트:광주 19 ‘volume up!’ 신진유망에술가지원전을 비롯해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2019 도자테이블에어전 특선(한국도자재단)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예공예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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