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역사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12월 03일(일) 21:30 가가
최근 군산 선유도 해역에서 삼국시대 토기, 후백제 시대 기와, 고려청자 등 유물 180여 점이 발굴됐다. 유물들은 고대 주요 항로였던 선유도 해역에서 침몰한 고선박에 실렸던 화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을 놀라게 한 유물은 칼날 조각만 발굴된 간돌검이었다. 국내 수중 발굴 사상 처음으로 건져올린 간돌검은 돌을 갈아 만든 칼로,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선사시대부터 선유도가 해상활동의 거점이었음을 밝혀주는 증거”로 해석했다. 선유도 간돌검은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바닷가 선사인들의 주거지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에 잠겼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고(古)기후 연구자인 박정재 서울대 교수는 논문(한반도의 홀로세 기후변화와 선사시대 사회변동)에서 “2800년 전∼2700년 전 한반도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는 견해를 냈다. 광양시 진월면 섬진강 범람원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이 시기에 퇴적된 전체 꽃가루 중 나무 꽃가루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 게 증거다. 꽃가루 감소는 수도작 농경으로 번성하던 송국리 문화가 홀연히 자취를 감춘 이유를 설명해준다. 청동기 시대를 대표하는 송국리 문화는 금강 중·하류 지역에서 3000년 전 등장한 뒤 2300년 전에 사라졌다. 가뭄으로 삶의 기반인 벼농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송국리인들은 벼농사에 적합한 곳을 찾아 남하했다. 2700년 전∼2400년 전에 전라도와 경상도 서부지역에 송국리형 문화가 등장한 배경이다. 송국리인 가운데 일부는 바다 건너 온난습윤한 일본 규슈 등지로 건너가 야요이 시대(彌生時代)를 열었다. 이들은 농경 생산성을 기반으로 일본에 뿌리내렸고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조몬인(繩紋人)을 북쪽으로 밀어내거나 동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라는 말을 실감케하는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도 지난 봄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이 바닥으로 떨어져 제한 급수 위기를 맞았다.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를 예측하며 대처하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모른다. 역사의 교훈이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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