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상 - 박성천 문화부장
2023년 11월 27일(월) 00:00
메치디상은 프랑스의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다. 1958년 소설가이자 건축가였던 장 피에르 지로두가 후원자인 러시아 출신 갈라 바르비산과 함께 제정했다. 스타일이나 문체 등에 있어 기존의 창작과는 다른 상상력을 보여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문단 이력이나 나이 등과는 무관하게 작품성에 무게를 두고 수상작을 선정해왔는데 클로드 시몽, 엘리 위젤 등 명망있는 작가들이 영예를 안았다.

1970년부터는 메디치 외국문학상이 추가됐는데, 불어로 번역된 작품도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외국 국적이지만 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소설을 쓴 작가를 선정했다. 지금까지 밀란 쿤데라를 비롯해 움베르토 에코, 폴 오스터, 오르한 파묵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수상했다.

올해 메디치 외국문학상은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작품은 제주 4·3의 아픈 역사를 시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한강은 1980년 5월 중학생의 죽음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 꿈속에서 보았던 바닷가 인근의 방치된 무덤들을 모티브로 소설을 창작했다.

얼마 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한글작가대회에 한 작가가 참석해 특별강연을 했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라 자연스럽게 관심은 작가에게 쏠렸다. 그는 ‘한글, 세계와 화합하다’라는 주제로 평소 생각하고 있는 문학의 본질,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의 내용은 “역사 속의 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명백히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것”으로 요약된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 독자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던 한강. 이번 메디치상 수상으로 그는 다시 한번 세계 출판계에 문학적 역량을 입증했다. 그가 광주 5·18, 제주 4·3을 시적인 문체로 그렸듯이, 또 하나 남도의 아픔인 ‘여순사건’을 특유의 시적인 문장으로 해원(解寃)시켜주면 어떨까 싶다. 그리하여 폭압과 불의의 시대일지언정 ‘진정 강한 것은 칼이 아니라 펜’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길 기대한다.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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