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유해란 -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3년 11월 17일(금) 00:30 가가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유해란은 영암 출신이다. 그가 처음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유치원에 다닐 때. 특수 체육시간에 골프채 잡는 법을 처음 배우고 공을 쳐보니 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곧바로 아버지와 함께 실내연습장에 갔는데 어리다고 받아주지 않아 1년을 더 기다린 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본격적으로 골프인생을 시작했다.
유해란은 광주 숭일중 2학년 때 스타 등용문이라는 프랑스 ‘에비앙챔피언십 주니어컵’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라 주목을 받았고, 숭일고 2학년 때는 국가대표에 선발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 3학년 때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 나가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과 박인비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듬해 KLPGA 신인상을 받고 3년 간 5승을 거둔 뒤 올해 LPGA 무대에 진출했다.
미국 무대의 문턱은 높았다. 6차례나 톱10에 오를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첫 승 기회가 찾아온 것은 지난 10월에 열린 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 2타차 선두로 시작한 최종라운드에서 초반에 흔들렸으나 14번 홀(파5) 두 번째 샷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7번 아이언으로 홀 1m 옆에 공을 붙여 이글을 잡아낸 것이다. 단숨에 2타를 줄여 3타차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유해란은 경기 뒤 “코스가 좁지만 내 공은 죽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플레이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영암군 금정면 출신 유해란과 시종면 출신 김세영이 선두 다툼을 벌이며 우승 경쟁을 펼쳐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유해란은 장타력과 정확성, 퍼팅 능력 등 모든 부문에서 LPGA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첫 승과 함께 신인상까지 받아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어채 해(해)에 물결 란(瀾). ‘큰 물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이름 그대로 큰 바다로 간 유해란. 그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이제부터다.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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