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본도시’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11월 09일(목) 00:00 가가
중세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에 이어 꽤 유명한 소묘 작품이다. 그는 고대의 인체 비례론을 거부하고 실제 사람을 데려다 눈금자를 들이대면서 측정한 결과를 근거로 그림을 그렸다. 레오나르도는 해부학에도 높은 관심을 가졌다. 화가의 입장에서 사람 몸의 구조를 보다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다빈치는 2007년 11월 네이처가 선정한 ‘인류 역사를 바꾼 10명의 천재’ 중 가장 창의적인 인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빈치가 르네상스를 대표하고, 그것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14세기 후반부터 200여 년간 이어진 유럽의 르네상스, ‘재탄생’이라는 의미의 인간 중심 사고는 몇몇 천재 예술가의 작품부터 시작해 도시 공간을 사람에 맞게 조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건축물 높이, 도로 폭, 광장, 공원, 분수대 등 어떻게 하면 사람의 입장에서 공간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러한 도시를 인본도시(人本都市)라고 부른다. 어떤 이는 르네상스를 인본주의(humanism)라고도 해석했다.
광주는 차본도시(車本都市)다. 골목길에도, 넓은 도로에도 걸어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고 자가용만 가득하다. 불편함도 규제도 없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쉽게 차를 구입해 곳곳을 돌아다니고 세워놓기 때문이다. 올해 9월 30일 기준 광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72만 642대로, 2013년 12월 말(56만 8054대)에 비해 무려 15만 2588대(26.86%)가 증가했다. 불편한 대중교통을 이유로 2~3대의 자가용을 굴리는 가구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강기정 광주시장이 금남로를 차 없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광주를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반가운 일로, 인본도시를 지향하는 광주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자가용 운전자들을 설득하고 주변 상인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광주가 인본도시임을 말이 아닌 공간에서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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