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석간어촌계, 인구감소·고령화에 방치되던 ‘갯벌’ 살리며 마을 활력 찾아
2023년 11월 05일(일) 19:10
전남 혁신 어촌의 ‘바다 이야기’ <6>
2019년 33ha 갯벌 살리기 나서
2년만에 새꼬막·낙지 등 채취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지원 받아
브랜드 통합·직거래 판매도 시작
체험프로그램·글램핑장 설치해
판매 뿐 아니라 관광사업 유치도

보성 석간어촌계는 10여 년간 방치돼 있던 공동어장인 마을 앞 갯벌 33ha에 2019년부터 꼬막 종패를 뿌리고 낙지 목장을 조성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보성군 회천면 군농리 석간어촌계는 드넓은 논밭과 득량만 갯벌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당산·농소·화동·분매·석간 등 5개 마을로 구성된 석간어촌계의 갯벌에서는 새꼬막, 낙지, 바지락, 칠게 등이, 밭에서는 유명한 회천 감자를 비롯해 옥수수, 콩, 깨, 쪽파 등 온갖 채소들이 나온다. 하지만 주민들의 나이가 들고 거주인구도 감소해 고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2000년대 들어 갯벌이 방치되기 시작했다.

고소득을 보장해줬던 수산물이 사라지면서 마을은 가난해졌다. 어민들은 바다를 떠나 다른 일을 하러 나가고, 마을은 더 삭막해졌다. 석간 어촌계가 33ha에 이르는 마을 공동 어장(갯벌) 살리기에 나선 것은 지난 2019년부터다. 어촌계는 우선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센터는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장흥지원의 협조를 받아 갯벌 생태조사에 나섰다. 현장 조사을 거쳐 장시간 방치돼 있던 갯벌은 의외로 자연 치유의 과정을 거쳐 과거에 비해 훨씬 건강해진 상태를 보였다. 이에 따라 보성군, 장흥지원 등의 지원을 받아 새꼬막, 참꼬막, 바지락 등의 종패를 뿌리고 낙지산란장까지 조성했다. 어촌계에 활력이 돌면서 어민들이 합세해 33ha의 갯벌과 함께 49ha에 이르는 해상 어장의 체질 개선에 나서 쏙·해파리·불가사리·고둥류 등 약 1t을 제거하고, 더러워진 해안 곳곳을 청소하며 의지를 다졌다.

득량만의 중간쯤 자리하고 있는 석간 어촌계는 1980년대까지 ‘황금기’였다. 자연산 키조개가 득량만 곳곳을 이동하면서 해변을 끼고 있는 마을마다 2~3년에 한 번씩 키조개 채취로 큰 돈을 만졌고, 꼬막 채묘를 통해 2cm 미만 크기의 종패를 만들면 앞다퉈 사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어민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키워나가고 있다. 2021년부터는 새꼬막, 낙지 등을 채취해 마을 소득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kg들이 새꼬막 3,500망을 거둬들이고, 낙지를 잡아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직거래망 바이씨(buysea.co.kr)에서 직거래를 시작하는 등 과거 도매·위판 방식에서 조금씩 탈피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갯벌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면서 갯벌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어촌계에 연락하면 가족 단위 체험객들에게 최소 비용으로 호미, 장화 등을 대여해주는 등 1차 생산만이 아니라 2차 가공, 관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득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와 전남자원봉사센터가 공동 주최한 ‘재능기부 봉사 활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석간 어촌어울림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석간 어촌어울림센터는 지난 2020년 보성군이 11억원 전액을 지원한 ‘회천 석간마을 특화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로 설립됐다.
지난 2020년 석간 어촌계에 대해 보성군이 전액 군비 11억여 원을 투입하는 ‘회천 석간마을 특화개발사업’ 시행을 전격 결정한 것은 그동안 어민들의 노력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3년간 석간 어촌어울림센터 설치, 석간어울림회관 진입로 확포장, 해안 접근 편의 계단 설치, 지붕 정비 등 시설공사와 함께 교육, 홍보 마케팅 등 주민 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추진됐다. 지난 2022년 이 사업이 완료되면서 석간 어촌계는 이제 단순히 수산물을 생산하는 어촌에서 수산물을 생산해 가공·유통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는 지난 10월 20일 석간 어촌어울림센터에서 ‘보성 석간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보성군과 주민들은 석간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공모사업 진행, 주민 역량 강화 등을 다짐했다.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의 지속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 석간 어촌계는 우선 마을을 상징할 수 있는 BI(브랜드 통합)작업에 나서고 스티커, 박스 등을 센터로부터 지원받아 직거래 수입을 늘리고 있다. 또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신활력증진사업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공모사업, 글램핑장이나 캬라반 설치 등 관광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10월 20일 보성군 관련 공무원,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석간 어촌계 비상을 위한 전략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우선 주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보성군의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내 2025년 전남 혁신 어촌계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석간 어촌계의 각오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 제공=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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