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토란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3년 10월 31일(화) 22:00 가가
가을에서 초겨울을 제철로 하는 농작물 중 대표적인 것이 토란이다. 고구마와 감자 같은 서류(땅속 작물) 중 하나로 영양가도 높고 맛이 좋아 인기 있는 작물이다. ‘흙 속의 알’이라는 뜻으로 토란(土卵)으로 불리고, 연잎처럼 잎이 퍼졌다고 해 토련(土蓮)이라고도 한다. 잎은 말려서 나물을 해 먹고, 줄기(토란대) 역시 탕에 넣거나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우(芋)’ 또는 ‘토지(土芝)’라고 한다.
한데 일상에선 토란이라는 이름 대신 ‘알토란’으로 더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엄밀하게 구별하면 토란은 작목을 대표하는 이름이고, 알토란은 ‘너저분한 털을 다듬어 깨끗하게 만든 토란’을 이르는 말인데도 말이다.
실제로 막 캐낸 토란은 흙이 묻어 있고 잔뿌리가 많아 지저분하다. 수확할 때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흙을 털어 내고 잔뿌리를 깨끗하게 다듬어야만 제 모습인 ‘알토란’이 된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알토란’이다. 알토란에서 ‘알-’은 ‘겉을 덮어 싼 것이나 딸린 것을 다 제거한’의 뜻의 접두사로 알몸과 알바늘, 알밤의 ‘알-’도 그렇다. ‘알토란 같다’라고 하면 ‘살림과 재산 등이 옹골차게 실속이 있다’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알토란에 상대되는 말로 ‘쭉정이’가 있다. 쭉정이는 ‘껍질만 있고 속에 알맹이가 들지 않은 곡식이나 과일 따위의 열매’를 말하는데, 알맹이와 대조를 이루는 말이다. 껍데기는 그럴듯하지만, 알맹이가 없으니 쓰임이 없는 것은 물론 이를 골라내기 위한 후속 작업까지 감당해야 하니 사람으로 치면 ‘화상’(마땅치 아니하게 여겨지며 미움을 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셈이다.
‘쭉정이가 머리 드는 법이고 어사는 가어사가 더 무섭다’라는 속담도 있다. 실속이 없는 사람이나 가짜인 사람이 자기가 제일이라고 거들먹거리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쭉정이지만 알토란인 체하는 위인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적격인 것 같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11월 첫 날, 우리가 땀과 열정으로 일군 결실이 알토란인지 쭉정이인지 진솔하게 생각해 볼 때다.
/bigkim@kwangju.co.kr
실제로 막 캐낸 토란은 흙이 묻어 있고 잔뿌리가 많아 지저분하다. 수확할 때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흙을 털어 내고 잔뿌리를 깨끗하게 다듬어야만 제 모습인 ‘알토란’이 된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알토란’이다. 알토란에서 ‘알-’은 ‘겉을 덮어 싼 것이나 딸린 것을 다 제거한’의 뜻의 접두사로 알몸과 알바늘, 알밤의 ‘알-’도 그렇다. ‘알토란 같다’라고 하면 ‘살림과 재산 등이 옹골차게 실속이 있다’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11월 첫 날, 우리가 땀과 열정으로 일군 결실이 알토란인지 쭉정이인지 진솔하게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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