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삶을 바꾼다 <14>지방도 제805호선(장산~자라 연도교)
2023년 10월 31일(화) 18:45
신안 1004섬 ‘다이아몬드 제도’ 완성 앞당긴다
2019년 천사대교 개통으로 천지개벽 대변신
암태도·자은도·팔금도 등 관광자원 빛 발해
관광객 늘어나고 급감하던 인구 증가 ‘활력’
전남도·신안군 국비 지원 없이 개설 공사 추진
사업비 1615억, 2.87㎞ 구간 2차로 조만간 착공

전남도와 신안군이 자체적으로 1,615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7년 장산~자라 간 연도교 개설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연장은 2.87㎞(해상교량 1.63㎞), 폭은 2차로이다. 지난 2019년 4월 천사대교 개통 이후 신안의 이른바 ‘다이아몬드 제도’를 잇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자라도에서 본 장산도 전경.

지난 2019년 4월 개통한 천사대교는 신안을 천지개벽하게 했다.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와 암태도 간 10.8㎞를 이으면서 고립돼 있던 신안 1004개의 섬들이 한층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시속 60㎞의 속도 제한이 있지만 약 10분이면 바다를 건너갈 수 있다. 암태도 위에 위치한 자은도는 은암대교(1996년 개통)로, 아래의 팔금도, 안좌도는 각각 중앙대교(2005년 개통), 신안1교(1990년 개통)로 이미 차량으로 오갈 수 있었다. 천사대교로 인해 이른바 서해안 ‘다이아몬드 제도’의 오른쪽이 완성된 것이다.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등와 그 주변 섬들에 다양한 관광자원이 빛을 발하며 숙박·편의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하고, 관광버스가 섬 곳곳을 돌아다녔다. 농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주민들은 음식점, 팬션 등 서비스업을 하면서 부가수입을 얻었고, 땅값도 상승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나타났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살기 불편해서 고향을 떠났던 이웃과 자녀들이 돌아오면서 급감하던 섬 인구도 감소세가 주춤하고 있다. 각각의 섬은 형형색색의 꽃을 심고 지붕색을 통일하는 등 매력적인 공간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과거 고립되고 가기 어려워 외면 받으며 그저 바라만 봤던 섬에서 이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사대교의 효과는 암태도와 은암대교로 이어진 자은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 20일부터 3일간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가 열렸는데, 이는 1972년 이래 처음 섬에서 개최됐다. 신안군의 예술 섬 프로젝트 추진으로 ‘피아노의 섬’이란 별칭을 얻은 자은도에는 뮤지엄파크가 있다. 지난 2020년 7월 조성된 뮤지엄파크는 세계조개박물관, 바다휴양숲공원, 1004섬 수석미술관, 수석정원, 신안새우란전시관 등 뮤지엄과 공원으로 조성돼 있어 관광객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22년 6월에는 자은도 백길해수욕장에 라마다프라자호텔 씨원리조트가 들어서 관광객이 편하게 머물며 쉴 수 있는 대규모 숙박시설이 들어섰으며,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국토교통부로부터 ‘2022년 지역개발 투자 선도지구’에 선정돼 138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받게 됐다.

자은도와 안좌도의 갈림길인 암태도 기동삼거리의 동백 파마머리 벽화는 신안의 명소로 떠올랐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외지인들은 섬에 들어왔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서둘러 내려 기념 촬영을 하는 곳이다. 암태도는 100년 전 일제강점기 식민 수탈에 맞서 소작 쟁의를 했던 곳으로 유명하며, 최근에는 신안군 제1호 민간정원이자 전남도 제22호 민간정원인 ‘파인 클라우드 정원’이 문을 열기도 했다.

팔금도는 지난 4월 올해 처음으로 ‘팔금 섬 유채꽃축제’를 개최했다. 253ha의 면적의 유채꽃밭과 함께 팔금일주를 할 수 있는 자전거 투어, 팔금의 꾸지뽕·김·천일염 등 지역특산물, 팔금갈포래국밥 등이 선을 보여 관광객들을 맞았다. 안좌도는 김환기 화백의 고향으로 일찌감치 ‘예술의 섬’ 마케팅에 나섰다. 김환기 생가 및 김환기아트센터에서 김환기국제아트페스티벌 등 다양한 예술축제들이 열려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좌도에서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반월도와 박지도는 퍼플섬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보라색 다리 퍼플교가 안좌도에서 박지도, 다시 반월도로 이어준다. 퍼플섬은 2021년 UNWTO 세계최우수 관광마을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의 관심을 받는 관광지로 한해 관광객 50만여 명이 다녀간다.

신안군 자라도출장소가 자리한 자라리의 전경. 지붕색을 파란색으로 칠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냈다.
섬이 가진 자원들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전남도와 신안군은 ‘다이아몬드 제도’를 하나로 잇는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연도교 사업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국비가 아니면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이을 구간은 자라도와 장산도다. 자라도는 자라대교(2018년 개통)로 연도됐는데, 안좌도와 함께 지난 2021년 첫 태양광 이익 배당금을 받은 곳이다. ‘목련꽃 섬’으로도 유명한데, 자라도·증산도·휴암도 등 3개의 섬이 1949년부터 시작된 간척사업을 통해 하나의 섬이 됐다. 개척 과정에서 계림염전, 호남염전이 만들어졌으며, 광활한 면적의 갯벌이 있다.

신안군 자라도는 지난 2018년 자라대교가 개통되면서 안좌도와 연결됐다. 자라도와 장산도는 1.63㎞ 떨어져 있다. 사진은 자라도와 장산도 사이에 있는 신도와 선착장.
전남도와 신안군은 국비 지원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장산~자라 간 연도교 개설 공사에 나설 예정이다. 지방도 805호선은 신안군 장산면 오음리에서 영광군 영광읍 단주사거리를 잇고 있지만, 대부분 미개통 상태로 남아있다. 장산~자라 간 연도교의 연장은 2.87㎞(해상교량 1.63㎞), 폭은 2차로이다. 총사업비는 1,615억 원이며, 전남도와 신안군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지난 2022년 6월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에 착수하고, 착수보고회, 관계기관 협의 등을 마쳐 조만간 착공할 예정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이 가진 대표적인 자원인 섬의 매력을 유지·보전·확장하면서 교통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경우 그 효과는 지대할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재정이지만, 최선을 다해 섬 주민의 불편 해소, 섬 성장·발전 등을 위해 연도·연륙교 설치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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