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편지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3년 10월 29일(일) 19:40
“집 떠나 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젊은 날의 생이여…” 50~60대 기성세대들에게 익숙한 노래 가운데 하나인 ‘이등병의 편지’ 가사의 일부다. 1990년대 들국화 전인권, ‘영원한 가객’ 김광석 등이 부르면서 입영 노래로 주목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등에 삽입되었고, 이와 맞물려 북한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등병의 편지’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광주시 동구 메이홀에서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전쟁 연습을 반대하고 안정과 평화를 노래합니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오늘의 전 지구적 상황과 맞물려 이목을 끈다. 노래를 만든 작곡자 겸 작사가 김현성 씨가 광주의 화가들과 의기투합해 개최한 전시다. 고근호, 김해성, 박문종, 한희원, 홍성담 작가를 비롯해 박남준, 임의진 시인(목사), 한보리 가수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의 작품이 걸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무고한 이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습니다. 적군과 아군을 떠나 모든 젊은이들은 누군가의 자식인데 말이죠. 북한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지만 그곳 젊은이들도 누군가의 아들이니까요. 저는 우리나라 이등병들, 그리고 세계의 젊은이들이 전쟁에 나가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김현성 씨는 지난 27일 이매진 도서관에서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주제로 단독 콘서트도 가졌다. 그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감성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또한 ‘이등병의 편지’ 못지않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명곡이다.

두 노래의 키워드 ‘이등병’, ‘편지’, ‘가을’, ‘우체국’은 이맘때면 떠오르는 말들이다. 깊어가는 가을, 잊고 있던 친구에게 혹은 소원해진 이들에게 손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혹여 그 편지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이국만리 전장에 화해라는 효과를 불러 일으킬지 모른다.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