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망치한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10월 26일(목) 00:00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의미인 순망치한(脣亡齒寒)은 중국 춘추시대에서 나온 고사성어다. 강대국 중 하나였던 진(晉)나라가 약소국인 우나라에 사신을 보내 괵나라를 치려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보물과 명마를 건네받은 우나라 왕은 진나라 군대를 받아들였다. 예상대로 괵나라를 합병한 진나라 군대는 돌아오던 길에 우나라까지 멸망시켰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는 이목이라는 명장이 있어 강한 진(秦)나라에 맞설 수 있었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나 진나라의 뇌물에 눈이 먼 왕에 의해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 이목은 조나라 변방을 지킬 때 청야(淸野)전술로 흉노족을 물리쳐 명성을 얻었다. 흉노족이 쳐들어오면 성안으로 신속하게 주민, 가축, 곡식 등을 옮겨 성 밖을 비워놓았던 것이다.

전투에서 이기려면 작전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보급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강한 군대도 식량과 무기 없이 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버텨내고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이, 하마스가 최첨단 방어망을 가진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도 이란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사 작전에 필요한 인원이나 군수물자를 지원하는 병참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오랜기간 전남은 광주의 ‘병참기지’였다. 광주는 전남의 인구·자본·농수축산물 등 필요한 모든 것을 흡수하며 1988년 직할시, 1995년 광역시로 발전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집중, 도시·농촌 격차 심화 속에 전남이라는 후방이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20여년 간 광주의 인구·경제 성장세가 주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주는 과거 풍족했던 전남이라는 후방을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그런 측면에서 무안국제공항 문제도 바라봐야 한다. 논리도, 타당성도 없이 함평을 끌어들일 것이 아니라 당초 약속했던대로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서둘러 통합 이전하겠다는 광주의 실천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광주와 전남이 각자도생에 나서려는 시도 역시 즉각 중단해야 한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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