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선과 왕건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10월 23일(월) 00:00
나주선(羅州船)은 2004년 나주시 영산동 동구나루 인근 자갈밭에서 발견됐다. 고선박이 주로 해안과 섬 주변에서 발굴되는 것과 달리 최초로 강에서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발굴 장소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관례에 따라 나주선으로 이름 지었다. 나주 영강동 주민 윤재술씨가 우연히 발견한 나무 조각은 고려 전기의 선박 부재인 좌현 선미 만곡부(船尾 彎曲部·선체의 밑바닥판과 외판을 연결해 주는 ‘ㄴ’자형 부재)편과 외판(外板) 조각이었다.

나주선은 전장 32∼42m에 달하는 초대형급 고려 선박으로 추정됐으나 용도는 엇갈렸다. 조세미를 운반하던 조운선(漕運船)인 초마선(哨馬船)이라는 해석과 고려 태조 왕건이 나주를 공략할 당시 동원한 군선(軍船)이라는 견해가 맞섰다. 초마선은 고려사(高麗史) 조운조(漕運條)에 등장한다. “석두창(石頭倉· 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던 조창)을 비롯한 제창(諸倉)에는 6척의 조운선 외에 곡물 1000석을 능히 싣는 초마선 1척이 배정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군선 역시 고려사 태조조에 “태조는 군선 100여 척을 더 건조하였는데 그 중 대선은 10여 척으로 각각 사방이 16보요 그 위에 다락을 세웠고 거기서 가히 말(馬)을 달릴만 하였다. 태조는 군사 3000명을 거느리고 군량을(軍糧)을 싣고 나주로 갔다”고 씌어있다. 나주시는 초마선으로 선체를 복원해 ‘왕건호’라고 명명하고 영산강에 띄우기도 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홍순재 학예연구사는 ‘해양문화재’ 최근호에서 ‘고려초기 나주선 구조 및 크기 재 해석’ 논문을 바탕으로 군선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홍 연구사는 나주선은 길이 29.97m, 너비 9.05m, 높이 4.37m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그는 “조운선은 나주선 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초마선과는 거리가 멀고 왕건의 나주 수군기지인 남포진에 소속된 군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는 나주선의 정확한 용도는 언젠가 밝혀질 것이다. 분명한 점은 나주선이 1000년 전 찬란한 나주 영산강 역사와 교류를 증명하는 고려시대 선박이라는 사실이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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