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10월 12일(목) 00:00
경제적 자립 토대를 만들어 자발적 조기 은퇴를 한 사람들을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 부른다. 선망의 대상인 이들 파이어족의 연령대가 30대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이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이 ‘부동산 투기’라는 점이다. 대부분 갭 투자, 즉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집을 구입해 전세 세입자를 구한 뒤 시세 차익을 보고 팔아 넘기는 방식이다. 적은 돈으로 비싼 주택을 사 호가를 올리며 쉽게 돈을 버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이유 없이 상승하게 하는 행위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에서 15만여 명이 합계 100조원에 달하는 주택을 구매하고, 1명이 수백 채를 사들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에 144채, 인천에 468채, 경기도에 181채 등 수도권에서만 793채를 사들인 사람이 있었으며, 미성년자 249명도 1078억 원에 달하는 825채를 매입했다.

반면 주택을 살 수 없는 서민들은 전세 사기에 내몰리고 있다.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시행 이후 4개월간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 6063명 가운데 42%가 무자본 갭 투기와 동시 진행 수법에 당했다. 동시 진행은 전셋값을 매매가와 같거나 전셋값보다 더 높게 받아 매수가격을 충당하면서 단기간에 주택 수십, 수백 채를 사들이는 수법이다. 전세 보증금 규모 1억원 이하가 49.3%였으며, 20~30대가 다수를 차지했다. 젊고 가난한 사람을 타깃으로 해 주택으로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군중심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과 가브리엘 타르드(Gabriel Tarde)는 군중심리를 ‘다수를 따르는 게 득이 된다’는 생각에 의견·행동을 따라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부동산으로 쉽게 돈을 버는 투기가 일상처럼 만연하면서 공무원, 가정주부 등 평범한 이웃들까지도 그 대열에 너무도 쉽게 들어서고 있다.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도시를 고층 아파트와 투기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 이들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시급하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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