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만두가마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3년 08월 14일(월) 00:00
강진군은 청자 문화를 대표하는 보고(寶庫)다. ‘강진 고려청자 요지’(사적 제68호)에 포함된 대구면 용운·계율·사당·수동리 일대에는 고려시대 가마터 290여 곳이 밀집돼 있다. 사당리 43개 가마터는 최고급 청자가 생산되던 고려 중기와 후기까지 운영됐다. 청자 절정기 비색과 상감청자를 비롯한 고려청자의 다채로운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핵심 공간이다. 강진군과 문화재청이 2019년부터 연차 발굴조사를 시행하는 이유다.

연차 발굴조사 첫 해 모습을 드러낸 사당리 ‘만두요’(饅頭窯)는 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만두 형태와 유사한 중국식 타원형 가마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굴됐다. 우리나라 가마의 전형은 경사면에 길게 만들어진 터널형 오름가마(登窯, 등요)다. 등요는 1000도 이상, 만두요는 700도 안팎으로 토기를 굽는다. 조사결과 사당리 만두요는 초벌구이용으로 쓰였고 벽돌과 기와로 가마형태를 만들었다. 가마 내부에서 도자기 조각과 목탄 등이 출토돼 실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독립학자를 자처하는 이희관씨는 최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술지 ‘해양문화재’에 발표한 논문에서 만두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사당리에서는 초벌구이를 거쳐 등요에서 본벌구이를 하는 새로운 자기소성체계가 성립됐다는 것이다. 등요에서 1, 2차 소성을 거쳐 자기를 만들었다는 주류 해석과 다른 견해다. 사당리 만두요는 마제형(馬蹄形, 말발굽 모양)과 함께 중국에서 사용했던 가마 형태다. 사당리에는 만두요를 계승했던 13세기 중국 남송의 수내사관요(修內司官窯)가 수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관요에서는 관청 납품용 고품질 자기를 만들었다. 사당리 만두요도 이런 이유 때문에 도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강진에서 새로운 자기소성체계가 성립됐다는 이씨의 견해가 통설이 되려면 추가 발굴에서 만두요가 더 나와야 한다.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발굴된 만두요를 토대로 한 분석이기 때문이다. 사당리 만두요가 초벌구이 과정에서 효용가치를 판단하기 위한 시험용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추가 발굴과 연구가 이뤄져 강진 고려청자의 새 면모가 밝혀지길 기대한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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