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1> 프롤로그
2023년 08월 09일(수) 01:00 가가
차별화 된 미술관, 도시의 문화지형과 미래를 바꾸다
경기 의정부시 ‘복합문화단지’추진
국제아트센터·예술인 마을 등 조성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 등
도시 랜드마크 관광객 유치 명소
‘예향·문화도시’ 광주 경쟁력 키울
경기 의정부시 ‘복합문화단지’추진
국제아트센터·예술인 마을 등 조성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 등
도시 랜드마크 관광객 유치 명소
‘예향·문화도시’ 광주 경쟁력 키울


지난 1992년 지방 최초의 공립미술관으로 개관한 광주시립미술관은 5385점을 소장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는 ‘대표작’이 많지 않다. 광주 북구 용봉동 중외공원에 자리한 시립미술관 전경.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의정부시는 인구 46만 명의 중소도시다. 우리에겐 한국전쟁이후 70년간 미군이 주둔한 군사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처럼 오랫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시민들을 위한 문화 인프라가 변변치 않았다. 실제로 인구 규모가 비슷한 경기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 미술관이나 공연장이 많지 않다.
하지만 근래 의정부시를 방문한 이들은 180도 달라진 ‘도시 풍경’에 놀란다. 지난 2007년 주한미군으로 부터 반환된 캠프 잭슨 9만2천㎡에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국제아트센터, 예술인마을, 문화예술공원, 주민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문화단지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의정부시가 문화도시의 꿈을 꾸게 된 데에는 ‘백영수 미술관’이 있다. 지난 2018년 개관한 백영수 미술관은 신사실파 거장 백영수(1922~2018)화백의 의정부 호원동 자택에 들어선 사립 미술관으로, 의정부 최초의 미술관이다.
수원 출신인 백 화백은 40여 년 전 도봉산에서 내려다 본 동네 풍경에 반해 연고도 없는 이 곳에 집과 작업실을 짓고 파리로 이민을 떠나기 전까지 머물렀다. 지난 2011년 영구 귀국한 후 낡은 자택을 헐고 유럽풍의 미술관으로 건립해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내놓았다.
백영수 미술관에 ‘날개’를 단 건 의정부시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미술관 하나 없었던 의정부시는 개인미술관의 열악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 조례’에 맞춰 공공요금, 인건비 등을 지원했다. 비록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의정부에 터를 잡고 작품활동을 펼친 백 화백의 스토리를 엮어 ‘거장의 예술혼이 숨쉬는 고장’으로 도시 브랜딩을 한 것이다.
개관 이후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의정부시는 지역민의 문화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전국 최초로 미술도서관을 개관한 데 이어 의정부예술의전당을 리모델링하는 등 도시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외국에는 도시의 운명을 ‘하루 아침에’ 바꾼 미술관도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과 일본의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이다. 이들 미술관은 화려한 건축미와 컬렉션을 통해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관광객을 유치하는 명소가 됐다. 이른바 ‘빌바오 효과’로 불리는 이들 도시의 성공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문화도시들은 차별화된 미술관과 인프라를 통해 아트투어리즘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잘 만든 미술관은 도시의 문화지형과 미래를 바꾸는 발신지로 부상중이다.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와 개관 3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미술관,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광주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향이자 문화도시다. 특히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는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미술도시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미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열악하다. 광주의 대표적인 공립미술관인 시립미술관은 총 5835점(2022년 기준)에 달하는 소장품을 갖추고 있지만 전국의 미술애호가들을 불러 들이는 경쟁력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내년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도 초기에 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고 아카이브와 상설전시관이 없어 행사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기간에는 비엔날레 개최도시의 면모를 체감하기 힘들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7월 폐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관람객이 50만 여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들 관람객들로 인한 경제 효과를 느낄 수 없었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의 상당수가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한 후 지역의 다른 명소들을 둘러보지 않고 여수나 부산등 타 도시로 ‘직행’하다 보니 광주에 머물며 지갑을 여는 특수를 끌어 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미술도시의 또다른 콘텐츠인 아트페어 역시 부산이나 대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유명 화랑이나 작가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를 대표하는 3대 미술인프라이지만 타 도시에 비해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흡인력이 미흡해 지역 경제와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4월 광주지역의 문화 기관·단체, 대학들이 주축이 된 ‘미술 도시 광주 민관협치 회의’ 출범식을 갖고 ‘미술 도시’ 조성에 본격 돌입했다. ‘미술도시 광주민관협치 회의’는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광주문화재단, 미로아트센터, 소촌아트팩토리, 광주미술협회, 전남대 예술대학, 조선대 미술체육대학, 광주미술관회 등 12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다. 명실상부한 미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창작, 향유, 유통이 선순환하는 생태계가 필요한 만큼 향후 미술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 도시를 만드는 데 민·관·학이 협력한다는 취지다.
바야흐로, 국가 보다는 도시의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시 경쟁력 중에는 산업적 강점도 있겠지만 빼어난 콘텐츠와 문화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본 기획은 문화적 총체를 보여주는 미술 인프라와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의 미술이벤트가 어우러져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관광객들을 유치해 아트 투어리즘으로 성공한 선진도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예향이자 국내 최초의 지방 공립미술관인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 아트광주를 품고 있는 광주가 명실상부한 미술도시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6개 도시의 주요 미술관과 인프라는 물론 아트투어리즘의 선진국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의 역동적인 미술현장을 둘러 볼 예정이다. 1000여 개의 미술관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한해 평균 134억 달러(2022년 기준)의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LA는 폴 게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10개의 미술관과 아트페어 등을 통해 매년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기획에서는 이들 도시의 대표 미술관들의 컬렉션과 교육 프로그램, 관련 문화시설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생생하게 들여다 볼 계획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의정부시가 문화도시의 꿈을 꾸게 된 데에는 ‘백영수 미술관’이 있다. 지난 2018년 개관한 백영수 미술관은 신사실파 거장 백영수(1922~2018)화백의 의정부 호원동 자택에 들어선 사립 미술관으로, 의정부 최초의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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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는 수원 출신의 신사실파 거장 백영수 화백의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건립해 도시의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백영수미술관 전경. |
개관 이후 미술관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의정부시는 지역민의 문화마인드를 키우기 위해 전국 최초로 미술도서관을 개관한 데 이어 의정부예술의전당을 리모델링하는 등 도시 곳곳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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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탄광도시인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바꾼 구겐하임미술관. |
이처럼 잘 만든 미술관은 도시의 문화지형과 미래를 바꾸는 발신지로 부상중이다. 1995년 창설된 광주비엔날레와 개관 3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미술관,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광주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향이자 문화도시다. 특히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비엔날레를 통해 광주는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미술도시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미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열악하다. 광주의 대표적인 공립미술관인 시립미술관은 총 5835점(2022년 기준)에 달하는 소장품을 갖추고 있지만 전국의 미술애호가들을 불러 들이는 경쟁력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내년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도 초기에 비해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고 아카이브와 상설전시관이 없어 행사가 열리지 않는 비시즌기간에는 비엔날레 개최도시의 면모를 체감하기 힘들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7월 폐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관람객이 50만 여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들 관람객들로 인한 경제 효과를 느낄 수 없었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의 상당수가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한 후 지역의 다른 명소들을 둘러보지 않고 여수나 부산등 타 도시로 ‘직행’하다 보니 광주에 머물며 지갑을 여는 특수를 끌어 내지 못한 것이다.
또한 미술도시의 또다른 콘텐츠인 아트페어 역시 부산이나 대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유명 화랑이나 작가들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를 대표하는 3대 미술인프라이지만 타 도시에 비해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는 흡인력이 미흡해 지역 경제와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4월 광주지역의 문화 기관·단체, 대학들이 주축이 된 ‘미술 도시 광주 민관협치 회의’ 출범식을 갖고 ‘미술 도시’ 조성에 본격 돌입했다. ‘미술도시 광주민관협치 회의’는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광주문화재단, 미로아트센터, 소촌아트팩토리, 광주미술협회, 전남대 예술대학, 조선대 미술체육대학, 광주미술관회 등 12개 기관·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다. 명실상부한 미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창작, 향유, 유통이 선순환하는 생태계가 필요한 만큼 향후 미술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문화 도시를 만드는 데 민·관·학이 협력한다는 취지다.
바야흐로, 국가 보다는 도시의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시 경쟁력 중에는 산업적 강점도 있겠지만 빼어난 콘텐츠와 문화인프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본 기획은 문화적 총체를 보여주는 미술 인프라와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의 미술이벤트가 어우러져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관광객들을 유치해 아트 투어리즘으로 성공한 선진도시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예향이자 국내 최초의 지방 공립미술관인 광주시립미술관, 광주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 아트광주를 품고 있는 광주가 명실상부한 미술도시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6개 도시의 주요 미술관과 인프라는 물론 아트투어리즘의 선진국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의 역동적인 미술현장을 둘러 볼 예정이다. 1000여 개의 미술관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는 한해 평균 134억 달러(2022년 기준)의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LA는 폴 게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10개의 미술관과 아트페어 등을 통해 매년 전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기획에서는 이들 도시의 대표 미술관들의 컬렉션과 교육 프로그램, 관련 문화시설들과의 시너지 효과도 생생하게 들여다 볼 계획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