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7월 13일(목) 22:00 가가
TV만 틀면 초혼이나 재혼, 심지어 중·노년들의 재결합을 다룬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중매(仲媒)가 옛날뿐만 아니라 현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결혼 방법임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조선시대는 물론 유럽에서도 중매는 일반적인 결혼 방식의 하나였고, 특히 결혼을 집안 간의 결합으로 여겼던 중세 시대 지배 계층들은 자연스러운 풍습으로 받아들였다.
기록상으로 최초의 중매쟁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데, 바로 최고의 신 ‘제우스’라는 점이 이채롭다. 태초 바다의 신과 대양의 신의 자손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너무나 아름다워 신들의 왕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 즉 랭킹 1·2위 신들로부터 구애를 받았다. 예쁜 여자만 보면 일단 목적을 이루고 마는 제우스도 테티스만큼은 함부로 하지 못했다. 이는 ‘테티스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아버지의 능력을 뛰어 넘어 권력을 찬탈할 것’이라는 프로메테우스의 예언 때문이었다. 제우스는 자신도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최고의 신이 됐기 때문에, 테티스와의 사이에 아들이 생길 경우 같은 신세가 되리라 생각했다. 나아가 테티스가 다른 신과 결혼해서 아들이 태어나도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제우스는 아예 테티스를 인간과 짝 지워 화근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선택된 사람이 프티아의 왕 펠레우스였다. 이렇게 제우스의 중매로 테티스와 펠레우스가 결혼에 성공, 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인간 중에 가장 강한 아킬레우스이다.
중국 고대 전설에서 혼인의 신은 월하노인(月下老人)이다. 동양에서는 남녀가 부부로 맺어지는 것은 월하노인이 붉은 실로 두 사람을 묶어 주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널리 퍼져 있다. 결혼이 신이 맺어 준 인연이라는 믿음 탓인지 근대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중매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결혼식 날에서야 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지자체들이 직원들의 중매(미팅)를 주선하고 있다고 한다. 업무에 치여 혼기를 놓칠 수 있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복지 차원에서 권장할 만한 시책이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락하면서 지자체들이 직원들의 중매(미팅)를 주선하고 있다고 한다. 업무에 치여 혼기를 놓칠 수 있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복지 차원에서 권장할 만한 시책이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