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곽재구, 정호승, 김용택...수묵화와 육필원고의 만남
2023년 04월 24일(월) 19:55
5월31일까지 순천 은하수갤러리…28일 이태호 교수 만남의 시간
순천 은하수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전은 수묵화와 시인들의 육필원고가 어우러진 전시다. 전시 제목은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고 노래한 김용택 시인의 시 ‘봄날’에서 따왔다.

미술사학자이자, 최근에는 수묵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는 봄을 알리는 수묵화를 선보이고 한승원, 김용택, 정호승, 곽재구 시인은 직접 육필로 자신의 시 작품을 써내려갔다.

순천문화재단(이사장 노관규)이 운영하는 은하수 갤러리는 곽재구 시인이 머물고 있는 창작예술촌 1호(순천시 옥천길 19) 1층에 위치한 ‘시(Poem) 갤러리’다. 기획초대전인 이번 전시는 ‘순천의 봄’이 주제로 오는 5월31일까지 계속되며 28일 오후 4시에는 이태호 교수와의 만남의 시간도 마련돼 있다.

전시에서 만나는 수묵화는 이 교수가 순천 곳곳을 찾아 직접 그린 작품들이다. 지난 2021년 곽 시인이 순천에서 보낸 홍매 사진을 보고 그린 작품 ‘홍매꽃 봄볕 즐기고’를 시작으로 올 봄소식을 일찍 전해준 순천 금천산 금둔사 홍매, 봄기운이 가득한 순천 동천가 고매, 옥천서원 왕느티나무, 옥천변 마른 갈대 등을 화폭에 담았다.

그의 붓은 순천 동천 언덕에서 남산으로 넘는 하현달을 포착하기도 하고, 순천 대대포 갈대밭 이른 새벽 노란 달을 표현하기도 한다. ‘봄먹거리 나오고 누렇게 겨울나고 순천 늙은 호박 당차고’라는 글귀와 어우러진 ‘순천 아랫장 늙은 호박’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시인들의 육필 원고를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네 명의 시인은 각자의 개성 있는 필체로 시를 적어내렸다.

정호승 시인은 “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라 노래하는 ‘산산조각’, “울지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고 위로하는 ‘수선화에게’, ‘풍경달다’ 등을 전시한다.

김용택 시인은 ‘그러면’, ‘우화등선’ 등을, 곽재구 시인은 “언덕에 핀 꽃들과 바람이 만나기를” 기원하는 ‘나의 행복’,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등을 선보인다. 한승원 작가는 ‘바람’ 등 짧은 시편을 써내려갔다.

전시를 기획한 곽 시인은 이태호 교수에 대해 “오늘날 우리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그의 답사기와 명강의에서 비롯됐다”며 “그의 그림은 우리 옛 선비들이 꿈꾼 삶의 결을 진솔하게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다. 또 “우리 문단의 어른인 한승원, 김용택, 정호승의 시편은 우리네 삶과 자연, 종교의 꿈이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의 몸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일요일 운영. 전시정보는 순천문화재단 누리집, 인스타그램(@gallery_eunhasoo)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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