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하라 광주-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3월 02일(목) 00:15 가가
‘인간 척도’(Human Scale)는 건축이나 도시계획 등에서 공간이나 물체의 크기를 인간의 신체와 비교해 그와 맞게 설정한다는 의미다. 이는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최초의 소피스트 프로타고라스의 유명한 말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세계관도 영향을 미쳤을 게다. 덴마크의 도시계획가 얀 겔(Jan Gehl)은 지난 2013년 제10회 EBS 국제다큐영화제에 인간 척도를 주제로 한 ‘얀 겔의 위대한 실험’을 출품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서 사례로 든 뉴질랜드 도시 크라이스트처치는 지난 2011년 2월 대지진으로 2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어 시가지 전체를 재개발해야 할 처지였다. 도시 정부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모든 건축물의 높이를 6층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업체, 중앙정부 등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오랜 논쟁을 거쳤는데, 그 결과 최고 높이는 7층으로 정해졌다. 그것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광주는 이미 전역이 고층 아파트로 뒤덮이고 있다. 외곽이든 도심이든, 녹지든 상업지역이든, 골목길이든 대로변이든, 공원이든 하천변이든 계속 들어서고 있다. 시민 모두의 조망이나 일조, 주변의 피해, 도시의 경관이나 정체성, 미래 부담 등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은 더 높이 올라가고, 업체 간 높이 경쟁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로비와 민원 제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강기정 광주시장이 상업 40층·주거 30층 규제를 전격 해제했다. 온갖 미사여구가 뒤따랐지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고층 아파트는 아무리 디자인을 좋게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비인간적이고, 아름다울 수 없으며, 랜드마크도 될 수 없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흉물이 되는 것이다.
이번 규제 해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업체가 독식하는 것은 당연한가. 개발 심의·인허가 절차 전 과정은 왜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것인가. 진정 시민들이 바라는 광주의 경관이 이런 것일까. 투기 세력을 막아낼 수는 없는 것인가. 광주시는 도시 공간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
이번 규제 해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업체가 독식하는 것은 당연한가. 개발 심의·인허가 절차 전 과정은 왜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것인가. 진정 시민들이 바라는 광주의 경관이 이런 것일까. 투기 세력을 막아낼 수는 없는 것인가. 광주시는 도시 공간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