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 53개’ 신들린 수비…‘오지다’ 페퍼스 오지영
2023년 02월 02일(목) 18:55
<득점을 막는 수비>
기업은행전 졌지만 활약 돋보여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기염’
흥국 김해란과 역대 공동 2위
4세트로는 국내 최다 기록
수비진 짜임새 더해져 ‘든든’

광주 AI페퍼스 오지영(가운데)이 지난 1일 광주 서구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 이한비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KOVO 제공>

광주 AI페퍼스 오지영(35)이 국가대표 리베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오지영은 지난 1일 밤 광주 서구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에서 53디그(상대팀의 득점을 막는 수비) 대기록을 수립했다. 1경기 53디그는 여자배구 역대 공동 2위 기록이다. 4세트까지 57차례 디그를 시도해 53개를 성공했다. 4세트 경기로 한정하면 최다 디그 기록이다. 김해란(39·흥국생명)이 54디그, 53디그 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풀세트 경기에서 나왔다.

오지영은 1세트에서만 12개 디그를 기록했다. 기업은행 산타나, 표승주, 김수지 등이 공격 점수로 뽑아낸 11점이 오지영의 활약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신출귀몰이랄 정도로 맹활약했다. 페퍼스 코트로 쏟아지는 57개 공격 가운데 53개를 걷어올렸다.

오지영의 가세로 헐거웠던 수비진에도 짜임새가 더해지고 있다.

팀 성적은 2승23패로 최하위지만 세트당 디그는 20.478개로 7개팀 가운데 4위에 올라 있다.

수비 부문(디그, 세트 성공 등) 랭킹도 세트당 27.804개로 5위다.

그만큼 페퍼스가 무기력하게 점수를 내주는 사례도 크게 줄고 있다.

올해 프로 16년차인 오지영의 활약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는 수비 부문에서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리베로였다. 2020~2021시즌 V리그에선 리시브 부문 2위(49.81%)와 디그 3위(세트당 평균 5.564개)에 오르기도 했다.

오지영의 가치는 국제무대에서도 검증됐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 출전한 12개국 선수들 중 디그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상대의 164차례 공격 중 93개를 정확하게 받아냈고, 11차례 인 플레이 상황을 만들었다. 세트당 평균 3.10개 디그를 성공시켰다.

국가대표 리베로로 활약했지만 오지영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웜업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올시즌 후배 한다혜에게 밀려 사실상 주전 리베로로 코트를 밟을 기회가 적었다.

GS칼텍스 오지영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곳은 수비 보강이 절실했던 페퍼스였다.

페퍼스는 개막 후 16연패에 빠지고 김형실 감독마저 사퇴하자 지난달 26일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GS칼텍스에서 뛰던 오지영을 영입했다.

오지영을 영입한 페퍼스는 수비진이 한층 튼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비라인을 조율하고 어린 페퍼스 선수들을 다독이며 솔선수범하는 오지영 효과를 보고 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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