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병모 회고전 ‘그날 까지다’
2023년 02월 01일(수) 20:10
아들 김정훈 씨 기획, 12일까지 화순군립 석봉미술관

‘그날 까지다’

아들은 50년 동안 묵묵히 화업을 이어간 아버지를 기리고 싶었다.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하고 미술 관련 일로 밥을 먹고 있으니,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셈이기도 하다. 세상을 떠나기 1주일 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던 아버지다. 작업실에 쌓여 있는 아버지의 작품을 살피며 추억에도 젖고 울컥하기도 했다. 타계 5주기를 맞아 아버지의 작품 세계를 갈무리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서양화가 고(故) 김병모 회고전이 오는 12일까지 화순군립 석봉미술관(화순읍 진각로 249-8)에서 열린다.

‘그날 까지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아들 김정훈씨가 기획했다. 부모님이 모두 조선대 미술대학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화가를 꿈꾸던 그는 현재 동곡미술관·박물관에 근무중이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김병모 작가의 유품.
김병모(1949~2019) 작가는 남원 출신으로 조대부고를 졸업하고 조선대 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30년간 조대부고 미술교사로 근무했던 그는 언제나 그림과 함께였다.

정훈 씨는 아버지 작품을 정리하며 ‘변화의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전시에서는 김 작가가 스물 두 살 학창시절에 그린 풍경화부터 국전에 출품했던 30대 시기의 인물화, 야외 스케치를 다니며 마주한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은 40~50대 시기의 작품들, 작업실에 머물며 구성적 실험과 간결하게 응축된 선의 움직임을 표현했던 60대 시기의 작품 등 총 94점의 작품을 만난다.

전시는 1층과 2층 전관에서 진행된다. 회화 작품을 비롯해 드로잉과 수채화, 조각 작업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손 때 묻은 이젤과 팔레트, 물감과 붓 등 작업 현장을 느낄 수 있는 유품도 함께 전시했다.

전시에서 눈에 띄는 작품은 ‘그날 까지다(162×360cm)’다. 암 판정을 받았던 그는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점을 예감했다는 듯, 작품에 몰입했다. 평소 즐겨 그렸던 구름은 하늘 끝에서부터 폭포가 돼 바닥까지 흘러넘치고 작가의 모습인듯한 황새가 어디론가 나아가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처음 작업실을 정리하러 갔을 때 ‘그날 까지다’를 본 정훈 씨는 화사하고 밝은 작업을 주로 하시던 아버지의 작품이 확 변한 느낌을 받았다. 또 병원에 마지막으로 들고 갔던 드로잉북에 가족들 이름을 모티브로 문자추상 작품을 그려놓은 걸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훈 씨는 “자기만의 표현과 작품 세계를 찾아가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던 아버지의 작업을 늘 지켜봤던 터라, 아버지의 그림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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