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도 대책도 빠진 ‘맹탕’ 아파트 붕괴 백서
2023년 01월 09일(월) 00:05 가가
광주시 서구청이 최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대응 백서’(이하 백서)를 발간했으나 ‘알맹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건설 사고를 총체적으로 돌아보는 백서임에도 그간 사건 기록들을 짜깁기해 나열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행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은 “재난 수습 완료 후 수습 상황과 재난 예방 및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의견 등을 기록한 재난 백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구청이 발간한 백서는 이런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사고 대응 과정에서 현장 통제 등 미흡한 점이 적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한 서술은 없고, 구청이 추진 중인 시민 안전 대책 홍보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백서를 공무원 한 명에게 전담시켜 제작한 것도 문제다. 자료 수집 또한 그간 공무원끼리 공유했던 정보를 총합해 짜깁기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는 광주소방본부가 붕괴 사고 이후 자료 수집, 현장 대원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거쳐 재난 대응 과정에서 잘했던 점, 개선점 등을 상세히 기록해 펴낸 ‘31일간 소방활동 백서’와 대조된다.
재난 백서는 강점과 단점, 기회·위협 요인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작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야 정책 실패를 줄일 수 있고 추후 재난 사고에도 잘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백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구체적인 원인과 재난 행정 개선책, 법·매뉴얼 보완 등이 누락된 서구청의 백서는 업무 태만이자 보여 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백서를 발간하려면 건설업계부터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재난 전후 상황을 면밀히 분석했어야 한다. 안전에 관한 한 모든 공직자가 맡은 바 업무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안전 사회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백서를 공무원 한 명에게 전담시켜 제작한 것도 문제다. 자료 수집 또한 그간 공무원끼리 공유했던 정보를 총합해 짜깁기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는 광주소방본부가 붕괴 사고 이후 자료 수집, 현장 대원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거쳐 재난 대응 과정에서 잘했던 점, 개선점 등을 상세히 기록해 펴낸 ‘31일간 소방활동 백서’와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