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천사 마애불-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2년 12월 19일(월) 00:45 가가
운천사(雲泉寺)는 광주시 서구 금호운천길 백석산(白石山) 동쪽 끝 산자락에 있다. 대웅전에 마애여래좌상(磨崖如來坐像, 광주시 유형문화재 4호)이 모셔져 이채롭다. 불상은 키가 361㎝에 달하며 가로 6.3m, 세로 4.4m 규모 화강암에 새겨져 있다.
운천사 불상은 문화재 안내판에 ‘고려시대 조성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적혀 있다. 고려시대 바위 불상 대부분이 그렇듯이 마애여래좌상으로 불린다. 바위에 새긴 앉아있는 부처라는 뜻이다. 특이하게도 운천사 불상은 무언가를 들고 있는데, 마치 감추듯이 양손으로 윗부분을 감싸 신비감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최근 순천대 문화유산연구소가 주관한 운천사 마애여래좌상 학술대회에서 이 불상의 성격이 규명됐다. 최인선 순천대 사학과 교수는 ‘운천사 마애여래좌상의 미술사적 가치’라는 논문에서 “운천사 마애여래좌상은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이라고 밝혔다. 약사여래불은 중생의 고통과 병을 치유하는 부처다. 판단 근거는 양손으로 감싸 쥔 물건이 용화(龍華: 미륵불이 그 아래에서 설법한다는 나무)가 아니라 약합(藥盒: 약그릇)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용화와 연관된 꽃잎 장식이 그릇 밑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특징도 고려됐다. 백석산 동편 바위에 새겨진 불상 위치도 8세기 이래 굳어져 온 약사여래불의 전형적인 방위 양식이다. 부처상의 귓불이 어깨에 닿을 정도로 크고 도톰한 입술 등의 특징으로 미뤄 고려 시기인 11~12세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아쉽게도 현재 운천사 창건 연혁을 밝힐 문헌 자료는 없고 현판 세 개를 판독한 결과 절 이름은 정토사(1932년), 극락암(1938년), 운천사(1970년대), 정토·백석사(1980년대), 극락암(1990년대)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불교 태고종 측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불상을 보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한다. 광주 5개 구 가운데 서구는 유일하게 보물이나 국보가 없는 자치구다. 운천사 불상이 보물로 지정돼 서구의 역사에 깊이를 더하고 운천사와 고려 불상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최근 순천대 문화유산연구소가 주관한 운천사 마애여래좌상 학술대회에서 이 불상의 성격이 규명됐다. 최인선 순천대 사학과 교수는 ‘운천사 마애여래좌상의 미술사적 가치’라는 논문에서 “운천사 마애여래좌상은 약사여래불(藥師如來佛)”이라고 밝혔다. 약사여래불은 중생의 고통과 병을 치유하는 부처다. 판단 근거는 양손으로 감싸 쥔 물건이 용화(龍華: 미륵불이 그 아래에서 설법한다는 나무)가 아니라 약합(藥盒: 약그릇)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용화와 연관된 꽃잎 장식이 그릇 밑부분에서 보이지 않는 특징도 고려됐다. 백석산 동편 바위에 새겨진 불상 위치도 8세기 이래 굳어져 온 약사여래불의 전형적인 방위 양식이다. 부처상의 귓불이 어깨에 닿을 정도로 크고 도톰한 입술 등의 특징으로 미뤄 고려 시기인 11~12세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불교 태고종 측은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불상을 보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한다. 광주 5개 구 가운데 서구는 유일하게 보물이나 국보가 없는 자치구다. 운천사 불상이 보물로 지정돼 서구의 역사에 깊이를 더하고 운천사와 고려 불상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