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베르그 거인’과 폴리
2022년 11월 22일(화) 23:00 가가
포항시 환호공원 전망대에 가면 ‘공중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에서다. 총 4095㎡ 부지에 가로 60m, 세로 57m, 높이 25m, 길이 333m의 철구조물 트랙을 따라 걷다 보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짜릿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장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대통령상)으로 선정되는 등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사실, 스페이스 워크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품이다. 철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아름다운 곡선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포스코가 사회공헌 일환으로 200억 원을 기부해 독일 출신의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를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장식용이 아닌, 시민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작품’을 건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무터 부부는 설계에 앞서 직접 포항을 3차례 방문해 조형물이 들어설 장소와 주변과의 경관 등을 반영한 8개의 디자인을 제안했다. 지금의 스페이스 워크는 이들 디자인 가운데 국내 건축·미술전문가, 포항시, 포스코, 시민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선정한 것이다.
공공미술의 모범을 제시한 사례로 알려지면서 포항에는 광양 등 전국 지자체를 중심으로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달 광양시 소재 구봉산에서 지역의 랜드마크를 건립하기 위한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 오는 2024년 4월 ‘제2의 스페이스 워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외곽인 바르베르그 공원에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설치작가 자비에 베이앙(Xavir Veilhan)이 제작한 푸른 색상의 ‘바르베르그의 거인’이다. 한적한 야외 공원에서 하늘을 바라 보고 누워 있는 19m 길이의 남자 전신상과 3m 높이의 여자 흉상은 미술관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들 거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이다. 유치원에서 단체 견학을 온 어린이들은 거인의 배 위에서 뛰어다니고, 젊은 연인들은 여자 흉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거나 기타를 연주하며 오븟한 시간을 보낸다. 세계적인 거장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터나 벤치다.
광주에도 공공장소와 예술을 접목한 조형물이 많다.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광주폴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수십 여 원을 들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위상은 초라하다. 올해 5차 폴리까지 31개의 폴리가 광주 전역에 설치돼 있지만 상당수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는 광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깔있는’ 문화자산이다. 폴리가 광주의 브랜드로 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소통’이 먼저다. 폴리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도록 말이다.
〈문화·예향 담당국장, 선임기자>
사실, 스페이스 워크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품이다. 철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아름다운 곡선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포스코가 사회공헌 일환으로 200억 원을 기부해 독일 출신의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인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를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장식용이 아닌, 시민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는 ‘작품’을 건립하기 위해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외곽인 바르베르그 공원에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설치작가 자비에 베이앙(Xavir Veilhan)이 제작한 푸른 색상의 ‘바르베르그의 거인’이다. 한적한 야외 공원에서 하늘을 바라 보고 누워 있는 19m 길이의 남자 전신상과 3m 높이의 여자 흉상은 미술관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이들 거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이다. 유치원에서 단체 견학을 온 어린이들은 거인의 배 위에서 뛰어다니고, 젊은 연인들은 여자 흉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읽거나 기타를 연주하며 오븟한 시간을 보낸다. 세계적인 거장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이들에게는 그저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놀이터나 벤치다.
광주에도 공공장소와 예술을 접목한 조형물이 많다.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광주폴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수십 여 원을 들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위상은 초라하다. 올해 5차 폴리까지 31개의 폴리가 광주 전역에 설치돼 있지만 상당수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는 광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깔있는’ 문화자산이다. 폴리가 광주의 브랜드로 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소통’이 먼저다. 폴리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도록 말이다.
〈문화·예향 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