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허덕이는 농부, 전기료 낼 돈도 없다
2022년 10월 11일(화) 20:20
광주·전남 농협 조합원 강제집행 5년간 770억
7월 말 전기료 연체 농가 1만7000호 ‘전년 2배’

올해 7월 말 기준 광주·전남지역 농사용 전기요금을 2개월 이상 체납한 호수는 1만6989호로, 지난해 말(8246호)보다 106.0%(8743호) 급증했다.<광주일보 자료사진>

농산물의 불안정한 수급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광주·전남 농가 경제가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여 동안 광주·전남 농협 조합원들이 빚을 갚지 못해 강제집행된 금액이 700억원이 넘었고, 올해 7월 말 기준 전기요금을 연체한 농가는 전년의 2배 수준인 1만7000호에 달했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지역본부별 전기요금 체납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광주·전남지역 농사용 전기요금을 2개월 이상 체납한 호수는 1만6989호로, 지난해 말(8246호)보다 106.0%(8743호) 급증했다.

이들의 체납액도 같은 기간 12억5360만원에서 16억7250만원으로, 반년 새 33.4%(4억1890만원) 늘었다.

광주·전남에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한 농민 수는 2019년 말 7543호에서 2020년 말 7936호, 2021년 말 8246호, 올해 7월 말 1만6989호로 등으로 3년 연속 증가 추세다.

월평균 100만원 이상 요금을 내는 고객 가운데 2개월 이상 연체된 사례는 지난해 말보다 34배 넘게 뛰었다.

지난달 말 기준 광주·전남 농사용 전기요금 고액 체납 고객은 582호로, 지난해 말(17호)의 34.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액 체납액은 8400만원에서 23억1600만원으로, 27.6배 수준으로 늘었다.

광주·전남 농가 경제 악화는 농민들의 부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나주화순)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지역 농·축협 조합원에 대한 강제집행 금액은 광주 10억2700만원·전남 756억2500만원 등 766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빚을 갚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한 지역 농·축협 조합원은 광주 33건·전남 1575건 등 1608건에 달한다.

광주·전남 강제집행 방법별로 보면 가압류가 12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압류(301건), 경매(51건) 순으로 많았다.

통계청 ‘농가경제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국 평균 농가 부채는 전년보다 2.7% 줄어든 반면, 전남 농가 평균 부채는 늘었다.

지난해 기준 전남 농가 부채는 2688만5000원으로, 전년(2530만7000원)보다 6.2%(157만8000원) 증가했다.

신정훈 의원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빚을 갚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며 “농가에 대한 고금리 부담 완화는 물론 농가 소득 확대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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