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예지, 문병란 시인 ‘저항 정신’ 조명
2022년 09월 25일(일) 19:00 가가
진보 문학지 ‘여성의 광장’ 9월호
인권·민주주의 가치 추구했던 문인
5·18 당시 대성학원 강의 내용
작품 ‘직녀에게’·애독 시 등 소개
“시민 감정 대변…희망 줬다” 언급
인권·민주주의 가치 추구했던 문인
5·18 당시 대성학원 강의 내용
작품 ‘직녀에게’·애독 시 등 소개
“시민 감정 대변…희망 줬다” 언급
남도가 배출한 문병란 시인(1935∼2015)은 통일,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추구했던 문인이었다. 그는 생전 문학을 통해 5월 광주의 진상을 알리는 등 민주화운동을 펼쳤다.
일본의 진보적 문예지가 문병란 시인 광주민중항쟁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리명한 문병란기념사업회 회장에 따르면 일본의 ‘여성의 광장’ 9월호가 문병란 시인의 5·18민중항쟁 관련 강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성의 광장’은 일본 진보 학회인 ‘일본민주주의문학회’ 소속 작가들의 주요 작품 발표 무대다.
문예지는 먼저 80년 5월 당시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1979 군사독재 정권하 박정희가 암살된 후 전두환이 쿠데타로 군부를 장악하고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 민주화운동을 억압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추구하는 대규모의 데모가 이어졌고 시민들이 일어섰다”
그리고 ‘여성의 광장’은 당시 문 시인이 광주 입시학원이었던 대성학원에서 강의하며 문학적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한 점을 주목했다. 당시 경찰의 감시가 엄했던 시기이므로 문 시인이 학생들에게 직접 나서서 투쟁하라는 직접적 표현은 삼갔다고 전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의 시를 통해 권력에 맞서는 정신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성의 광장’은 문 시인의 ‘직녀에게’를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한다.
“조선반도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이후에도 6.25전쟁, 남북분단, 군사독재로 이어진 비운의 땅이다. 남북분단 이후에는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는 비탄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고통스럽고 고통스러워서 어찌할 수 없는 쓰라림, 권력에 대한 저항을 민중은 ‘시’라고 하는 응축된 형태로 표현했다”
언제 읽어도 ‘직녀에게’라는 시는 잔잔한 울림을 준다. 통일을 향한 시인의 애절한 바람은 오늘의 답답한 남북 상황에 비추어 보면 안타까움으로 읽힌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또한 문예지는 문 시인이 평소 애창하던 이육사의 ‘절정’의 전문도 소개한다. 문 시인이 추구했던 문학의 가치와 지향은 이육사의 ‘절정’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여성의 광장’은 ‘절정’을 거론하며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여 암투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시인들의 언어는 군사독재정권이라고 하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던 시민들의 비분의 감정을 대변했으며 희망의 빛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문 시인 타계 7주기를 맞은 기념사업회에서는 기념사업 1편으로 펴낸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에 이어 국내에서 ‘문병란 시인 문학서설’을 소개한 내용을 담은 2편을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일본의 진보적 문예지가 문병란 시인 광주민중항쟁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여성의 광장’은 일본 진보 학회인 ‘일본민주주의문학회’ 소속 작가들의 주요 작품 발표 무대다.
문예지는 먼저 80년 5월 당시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1979 군사독재 정권하 박정희가 암살된 후 전두환이 쿠데타로 군부를 장악하고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 민주화운동을 억압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추구하는 대규모의 데모가 이어졌고 시민들이 일어섰다”
“조선반도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이후에도 6.25전쟁, 남북분단, 군사독재로 이어진 비운의 땅이다. 남북분단 이후에는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는 비탄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다. 고통스럽고 고통스러워서 어찌할 수 없는 쓰라림, 권력에 대한 저항을 민중은 ‘시’라고 하는 응축된 형태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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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광장’ 9월호 |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또한 문예지는 문 시인이 평소 애창하던 이육사의 ‘절정’의 전문도 소개한다. 문 시인이 추구했던 문학의 가치와 지향은 이육사의 ‘절정’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여성의 광장’은 ‘절정’을 거론하며 “식민지 지배에 항거하여 암투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시인들의 언어는 군사독재정권이라고 하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던 시민들의 비분의 감정을 대변했으며 희망의 빛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문 시인 타계 7주기를 맞은 기념사업회에서는 기념사업 1편으로 펴낸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에 이어 국내에서 ‘문병란 시인 문학서설’을 소개한 내용을 담은 2편을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