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출신 임미리 시인 ‘물 위의 집’펴내
2022년 09월 05일(월) 19:30
모든 것은 흐르는 물처럼 언젠가는 사라진다
“물 위에 집을 짓는 일처럼 사는 일이 아득하여도 유배지에서도 꿈을 버리지 않았던 정암선생의 적려유허비 앞에 서면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진다”

화순 출신 임미리 시인이 네 번째 시집 ‘물 위의 집’(불교문예)를 펴냈다.

시집 제목이 눈길을 끈다. 모든 시집의 제목은 전체 주제는 물론 시인의 사유를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시인이 상정하는 ‘물 위의 집’은 오늘의 많은 이들이 처한 아프고 쓸쓸한 상황을 환기한다. 살아가는 일이 어쩌면 물 위의 집 한 칸 짓는 일일지 모른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비가 막 떠난 무기력한 날/ 물이 불어난 심산계곡에 들어섭니다./ 저 건너편 아늑한 자리를 탐하다/ 물 때문에 건너지 못하고 물 위에 집을 짓습니다./ 여기저기서 돌을 가져와 돌탑을 쌓아 물길을 돌립니다./ 물 위의 집에 쉽게 무너지는 줄 알면서도/ 오늘 하루만 살아보자고 집을 짓습니다/ 아름다운 물의 나라 베네치아라 명명하며/ 늘 그렇듯이 허왕된 완성을 꿈꿉니다…”

표제시 ‘물 위의 집’은 비가 갠 어느 날 산에 들었다가 불어난 물 때문에 건너지 못한 화자가 상상속에 지은 집이다. 세찬 빗줄기와 바람, 불어난 물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고난과 고통, 역경이다. 튼튼하지 못한 정주할 수 없는 집이지만 물 위에 집을 짓고자 하는 화자의 심상은 삶은 유배와 같다는 깊은 사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세상의 모든 것은 더더욱 집착을 하는 모든 것은 흐르는 물처럼 언젠가는 가뭇없이 사라진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황정산 시인은 해설에서 “임미리 시인은 자연과 세속 사이, 풍진과 강호 사이에 그 집을 지었다”며 “세 속의 삶 속에서 자연을 꿈꾸다 다시 자연 속에서 세속의 삶을 돌아본다”고 평한다.

한편 임미리 시인은 광주대 문에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열린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물고기자리’, ‘엄마의 재봉틀’ 등이 있으며 화순군 공무원으로 재직 중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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