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둥글게’ 동요 작가 정근 전집 나왔다
2022년 08월 17일(수) 19:10
광주 양림동 출신…3권 출간
동시·동요 악보·회로록 등 담아
오늘 광주 동구청서 출판기념회

생전의 정근 선생이 정근 선생이 ‘구름’ 시비 앞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나는 전쟁의 시달림 속에서 어린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없어지고 말았지만 사범학교처럼 광주의 유치원 교사양성기관인 신생보육학교에 근무하면서 어린이 교육을 위해 필요한 노랫말을 쓰고 작곡도 하였다. 나는 전문인처럼 고집을 가지기보다는 유치원 어린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이 짧은 말로 대화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새로운 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양림동 출신 동요 작곡가(1930~2015)가 고향을 떠난 지 55년 만에 책을 통해 ‘귀향’했다. 지난 1967년 광주를 떠나 서울로 상경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던 정근 작가는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번 ‘귀향’은 55년 만에 책을 통해 ‘부활’한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한국 동요사의 한 페이지를 열었던 정근을 조명한 ‘정근 전집’(3권·작가)이 최근 발간돼 눈길을 끈다.

정근은 1930년 11월 21일 광주시 남구 양림동 210번지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은 한학자이자 시인인 정순극 씨이며 모친은 정참이 씨다. 정근에게는 월북한 영화감독 준채(1917~1980), 카자흐스탄 작곡가 추(1923~2013), 목포상고 출신의 번역가 권(1925~1950), 그리고 누이 경희(1921~2011)가 있다. 한마디로 정근의 가족은 근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전집은 ‘둥들게 둥글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등 수많은 명곡을 썼던 그의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근이 생전에 작곡했던 동요와 그가 썼던 일기, 회고록, 수필 등을 중심으로 엮였는데 아들인 철훈 씨가 편집을 맡아 모든 자료를 정리했다.

1권은 ‘운문’ 편으로 동시와 동요(악보) 위주로 묶였다. 구체적으로 동시는 ‘동요로 불리는 동시’(74편)와 ‘곡을 붙이지 않는 동시’(58편)으로 분류했다. 새로 발굴된 동시는 2003년 노트에 적혀 있던 44편을 수습했다. 당시 노트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일기에서 옮겨 썼으니 날짜와 관계없이 느낀 대로 이 노트에 동요 동시를 적어 기억해둔다.”

발굴된 44편의 작시는 1993년부터 2006년에 걸쳐 있으며 동시는 모두 176편으로 확정됐다.

동요는 ‘노랫말 쓰고 곡을 붙인 동요’(74곡)와 ‘노랫말 쓰고 여러 작곡가가 작곡한 동요’(20곡), ‘여러 동시인의 시에 작곡한 동요’(19곡)으로 분류했다.

정근이 1980년부터 2005년에 걸쳐 작곡한 동요는 모두 269곡이다. 이 동요들은 대체로 그가 유년시절 양림동 골목을 놀이터 삼아 뛰어놀던 기억의 산물일 게다. 양림교회 부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파란 눈의 선교사들이 치던 풍금 소리는 아마도 창작의 원천으로 작용했으리라 추측된다.

2권은 ‘산문’이 주로 수록돼 있다. ‘회고록’, ‘나의 형제’, ‘일기’를 비롯해 소설 ‘눈보라’, 기타 수필 그리고 ‘투병기’ 등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회고록’과 ‘나의 형제’는 일기에서 가려 뽑았는데 일기는 1990년 시작해 2011년 끝난다. 당시 일기는 매년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보내온 ‘작가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철훈 씨에 따르면 회고록은 2003년 3월 7일~4월 19일에 걸친 일기에서, ‘투병기’ 역시 2003년 4월 20일~5월 12일에 걸친 일기에서 수습되었다. 철훈 씨는 “말년에 대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동안 신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생명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했던 강한 집념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3권은 유고 ‘말하는 이야기 동화’를 담고 있다. 정근에게 있어 이야기는 고향과 같았을 것이다.

한편 전집 출간 관련 출판기념회가 18일 오후 3시 광주 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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