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 작곡가 아들 철훈씨 “아버지는 폐허 속 상처받는 어린이에 희망주려 동요 작곡”
2022년 08월 17일(수) 19:00
“아버지 전집 발간을 계기로 저 역시 고향 광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1967년 아버지를 따라 광주를 떠나 서울에 정착했는데 55년 만에 탯자리로 돌아왔네요.”

정근 작곡가의 아들 철훈 씨는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마침내 고향으로 왔다”는 말로 감회를 표현했다.

17일 광주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아버지를 비롯해 큰아버지 정준채, 작은아버지 정추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양림동에서 태어나 각지로 흩어져 살아야 했던 아버지 형제들의 이야기는 근현대사의 아픔이자 민족의 수난과도 연계되는 살아 있는 역사 그 자체였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 정근은 “만돌린과 기타, 바이올린을 끼고 살았던 형들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음악에 심취했던 것 같다”며 “형들이 월북 이후 연좌제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렀기에 상대적으로 어떤 이데올로기에서도 자유로운 동요 창작에 매달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상처받은 고아나 어린이들의 동심을 회복하고 미래의 희망을 주기 위해 동요를 작곡했다”며 “특히 가장 감수성이 민감한 만 6세 이하의 유아들을 위해 스스로 작사한 가사에 곡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철훈 씨는 아버지의 별명은 ‘텔레비전 할아버지’였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방송인이자 동요작가였다.

“동요 ‘텔레비전’은 흑백 TV가 컬러 TV로 변하기 직전인 1970년대 말에 작사 작곡한 대표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전파시대의 본격적인 개막과 함께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꿈을 동요에 담아냈고 ‘둥글게 둥글게’ 등의 동요를 통해 어깨를 들썩이는 율동을 보여줬지요.”

국민일보 문학전문기자와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는 서울 도봉구 편지문학관 관장을 맡고 있다. 8권의 시집, 4권의 장편 소설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그는 김남조, 박상륭 등 문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편지 200여 통을 수집했으며 기회가 되면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향후에 “부친과 그 형제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을 펴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집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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