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트 도시]도시 양적 확산은 그만 … 촘촘하고 컴팩트하게 재구성을
2022년 08월 16일(화) 22:00
자동차가 뒤흔든 도시의 형태
인구 증가와 주택과 직장 분리
100년 간 도시 급속 확장
앞으로는 1~2인 가구 시대
동네에서 모든 것 해결 ‘올 인 빌’
도심내 시설 집적화 될 것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는 공영버스차고지 입체화 프로젝트(조감도)로 만들어진다. 기존의 차고지는 지하로 집어넣고, 지상에는 공원과 800여호의 주택 및 주민편의를 위한 공간복지시설을 지어 입체화, 복합화하는 프로젝트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자동차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자동차를 제일 잘 만들었던 사람도 아니다. 그럼에도 1908년에 포드가 처음 출시했던 T형 모델은 세상을 바꾸었다. 그는 자동차 대량생산에 성공했고, 자동차를 가장 싸게 만들었다. 1920년 포드가 내놓았던 개량된 T형은 대당 255달러였고, 당시 미국 중산층 근로자들은 반년치 급여를 저축하면 이 차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명의 자동차 장인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던 수공업 방식에 비하면 콘베이어벨트를 활용한 포드의 자동차 생산방식은 획기적인 변화였다. 약 100여년전의 일이다.

대중화된 자동차는 도시의 형태도 흔들어 놓았다. 이전까지 인류는 보행이 기본인 도시에서 살아왔다. 600여년전에 조성된 신도시인 한양의 둘레는 18km정도였다. 한양이 지어질 당시, 동로마제국의 수도로서 서구에서 가장 번영하던 도시였던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성 역시 둘레는 17km정도에 불과했다. 인류는 포드 전까지 수천년동안 커봤자 그 정도 크기의 도시에서 살았다. 사람들은 직장과 주택의 구분없이, 혹 구분이 있더라도 걸어다닐만 한 거리에서 생활하였다. 성내에는 관청과 주택, 직장, 절이나 교회가 있었고 성 밖에는 논밭이 주로 있었다.

그런데 포드가 내놓은 자동차는 이러한 생각을 흔들었고, 주택과 직장은 분리되기 시작했다. 주택만으로 이루어지는 교외신도시가 가능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일하는 곳과 잠자고 쉬는 곳을 나누었고, 그 간격은 자동차가 메꾸었다. 당연히 도시는 커져만 갔고, 커져가는 도시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었던 용도지역제(zoning·1916년 뉴욕시에서 처음 제정됨)가 여러 도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192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교외 신도시들이 여기저기 건설되었다. 도시 외곽의 베드타운에서 자동차로 도심에 출근하고 주말은 교외의 대형쇼핑몰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생활패턴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도시 만드는 방법 바꿔야

1970년대 초반, UN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당시 지구상에 100만 이상의 도시는 30여개가 되었다. 자동차 대중화이후 50여년만이었다. 다시 50년이 지난 지금, 100만 이상의 도시는 한국에만 10개가 넘고, 지구에는 1000만 이상의 도시가 30개에 육박한다. 메가도시의 건설과 베드타운의 양산, 이것이 지난 100년간 인류가 도시화를 촉진하면서(2015년에 도시에 사는 인구가 지구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UN이 선언하였다) 추진해온 도시를 만드는 방식이다. 매일 통근에 여러 시간을 쏟고, 도시의 15% 이상을 도로로 채우며 기능에 따라 도시의 여러 구역을 분절해놓은 도시, 우리는 이전 수천년과는 전혀 다른 도시를 지난 100년간 만들어왔다.

그럼 앞으로 100년은 어떻게 해야할까?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도시를 확장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있다. 하수(下手)중의 하수다. 미국에서 교외화가 진행된 후, 이러한 흐름은 유럽을 지나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인구가 늘면 도시를 확장하거나 교외신도시를 만드는 방법은 가장 쉽고 빠르게 기성도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지난 70년대 이후, 한국도 이 방법을 받아들였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수도권의 인구 집중률은 50%를 넘어섰다. 유럽에서 가장 수도권 집중이 심한 파리권이 10% 후반, 이웃 일본의 동경권은 30%정도, 아메리카대륙에는 유사 사례가 아예 없으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을 우리는 또 해낸 것이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림픽 구호처럼 도시를 만들고 확장시켜온 결과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쇠퇴는 앞으로 후손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아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난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호기롭게 3기 신도시구상을 발표했고, 국가철도망계획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더 유도하고 있다.

신도시나 광역 철도망등은 기존의 관성을 그대로 따라가는 발상이다. 급변하는 인구구조를 도외시하여 향후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있는 정책임이 분명하다. 4인 가구가 표준이던 시절이 있었다. 1기 신도시는 4인 가구를 타겟으로 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2012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절반이 1~2인가구가 되었고, 50%가 60%를 넘는데는 6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21년 기준, 4인 가구는 20%가 채 안된다. 1~2인 가구가 대세이고, 2~3인 가구도 대부분 맞벌이인 지금, 도시 외곽에 짓는 신도시는 예고된 빈집이다. 1~2인 가구는 교외보다 직장 인근을, 결혼해서 자식을 희망하는 신혼부부는 처가(혹은 친가) 인근을 선호한다. 통근에 시간을 버리고 넓은 집에 살기보다는 좁더라도 도심 내 주택을 선호한다. 또 1~2인 가구들은 동네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려 한다. 15년후에는 1~2인 가구비율이 7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OECD국가들의 전반적인 트렌드이며, 유독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OECD는 2030년 기준 1인 가구 증가율을 프랑스, 뉴질랜드, 영국, 호주, 한국순으로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의 비율은 2000년 15%에서 작년에는 33%, 25년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포드가 만들어낸 자동차 대량생산 시스템은 도시 형태 자체를 변화시켰다. 포드자동차회사 근로자들(출처: The Henry Ford Museum)
◇도시 양적 확산 재고할 시점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여러 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조사를 보면, 서울시내 공유 킥보드나 공유 자전거의 이용빈도는 전년 대비 20~40%가 증가하였다. 전국의 편의점 역시 5만개가 넘게 되었으니 인구 1000명당 1개꼴이다. 근거리 교통이나 편의점수의 가파른 증가는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슬리퍼 끌고다니는 슬세권, 동네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는 올인 빌(all in ville)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변화는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2012년 이후의 일이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활동의 많은 것을 동네안에서 해결하고픈 1~2가구의 증가는 도심의 볼륨 증가와 도심내 시설의 집적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적으로 퍼져있는데, 15분 도시 파리, 10분 도시 바르셀로나가 그러하고, 작년 보선때 서울시장, 부산시장후보들이 내걸었던 21분 도시, 15분 도시등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기후예측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필자는 2016년에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렸던 유엔 하비타트 3차 총회를 위한 어젠다 작성을 1년여 진행하였다. 우리가 내린 결론중 하나는 회복력(resilience)을 도시경영의 주요 개념으로 채택하는 것이었다. 도시의 재난을 사전에 방어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발생한 재난을 최대한 빠르게 수습하자는 게 레질리언스의 핵심개념이다. 여기엔 인간은 기후변화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기후만 변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전술한 인구구조도 그렇고, AI는 특이점(Singularity:AI가 인간의 지능을 앞서는 시점)을 향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조만간 드론 택시가 상용화될 것이고, 2035년쯤에는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가 반경 350km정도를 커버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대부분 지역은 드론으로 도달가능할 때가 10여년 남짓 남은 것이다. 지난 100년간 만들어온 도시만드는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한다.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늘어난 인구를 분산 수용하기 위하여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교외 베드타운을 만들거나 기존도시 외곽을 확장하는 방식으로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 이번 코로나로 우리는 뜻하지 않게 화상회의와 재택 근무의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코로나 이전부터 진행해되어왔던 올인빌(All in Ville) 트렌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필자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사장으로서 컴팩트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신내4 컴팩트시티는 북부간선도로위에 약 1000호와 보육 등 공간복지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이다. 주택은 OSC(Off Site Construction)공법으로 공장에서 만든 후 현장에서 조립하며, 공기는 단축된다. 도로위에 짓기 때문에 토지매입비가 0인 프로젝트다.

공영버스 정류장 입체화 프로젝트도 있었다. 기존의 차고지는 지하로 집어넣고, 지상에는 공원과 800여호의 주택 및 주민편의를 위한 공간복지시설을 지어서 입체화, 복합화하는 프로젝트며 빗물펌프장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펌프장 위에 150여호의 주택과 공간복지시설을 복합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었다.

이제는 도시의 양적 확산을 재고해야할 시점이다. 그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도시를 더욱 촘촘하고 컴팩트하게 재구조화해야할 시점이다. 이걸 강조하면, 많은 도시의 관리자들이 도시내에는 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재생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라 지자체장 임기내에 실적을 거두기 어렵다는 생각도 깔려있다. 생각을 바꿔야한다. 다행히도(?)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왔던 도시내에는 저이용된 공공소유 공간이 많다. 그런 곳을 입체화, 복합화해서 컴팩트하게 만들면 단기간내에 많은 공간이 생겨날 수 있고 컴팩트하게 주변과 연결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21세기 도시는 21세기에 맞게 만들어야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김 세 용

현)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현) 한국도시설계 학회 회장

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특별위원

전) 서울 주택 도시공사 사장

전) 컬럼비아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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