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수 시인 첫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 발간
2022년 07월 13일(수) 20:30
‘젠 체 하지 않는’ 소소한 이야기와 울림
일상과 현실을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시는 공허하지 않다. 현란한 수사나 뜻을 알 수 없는 관념을 풀어놓지도 않는다. 시는 시일뿐이고, 그 시의 자리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광주 출신 유진수 시인의 첫 시집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네’(문학들)는 주변의 풍경과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곰살맞게 풀어놓는다. ‘젠 체 하지 않는’ 시가 지닌 특유의 정겨움은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페이소스와 해학이 자리한다. 무한정 가볍지만은 않아, 읽고 나면 무릎을 치게 하는 날카로움도 배어 있다.

“몰랐는데/ 양말을 개며 알았다// 우린 참 다르구나// 동글동글 말아서 칸칸이/ 납작납작 접어서 켜켜이// 목 늘어나니 말자는 너와/ 아니다 아니다/ 짝 잃으니 접자는 내가// 사계절 늘 푸른 바다가 있는/ 서랍장 안에서 물결친다// 십수 년 몰랐는데/ 양말을 개며 알았다// 서랍에는 밀물과 썰물이/ 함게 산다는 것을”

위 시 ‘양말을 개면서’는 한번쯤 경험해봄직한 일을 평이한 언어와 리듬감 있는 운율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소하면서도 익숙한 장면을 시로 형상화한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양말을 개는 일은 사실은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의 모든 일로 확장된다.

그러나 언급한대로 시인의 작품이 마냥 쉽거나 단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그의 표제시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에서 바로 가는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시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인생이든, 세상의 이치든 직행만이 아닌 완행도 있다는 것을 아프게 그려낸다.

김규성 시인은 해설에서 “유진수는 늘 곁에 있는 것도 새롭게 보고 가까이 있었어도 그냥 지나쳐온 사물과 현상을 새삼 돌이켜 보며 그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진리와 지혜를 발굴해 되새긴다”고 평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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