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있는 기회의 도시] 상상력·창조성 일으키는 재미있고 즐거운 도시 만들어야
2022년 07월 12일(화) 22:00 가가
창의적 일자리 있는 플랫폼 도시, 조화롭고 창조적인 도시로 전환
도시계획에 창조성 접목한 베를린 사례 눈길…규제 완화 등 필요
성냥갑 아파트 벗어나 민관이 함께 미학적 가치 있는 공간 만들어야
도시계획에 창조성 접목한 베를린 사례 눈길…규제 완화 등 필요
성냥갑 아파트 벗어나 민관이 함께 미학적 가치 있는 공간 만들어야
영화 ‘이상한 나라 수학자’를 보면 수학을 시험의 답을 알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풀어가는 과정을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표현하고 있다. “공식대로만 풀면 친해질 수 없다. 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문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거다.”
이런 측면에서 한양대 유영만 교수의 강연은 인상적이었다. 그는 ‘당신은 직장인인가, 장인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장인은 자기 일을 어제와 다르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를 거듭한다. 반면에 직장인은 매일 했던 방식을 반복하면서 가급적 힘들이지 않고 빨리 끝내는 방법을 찾느라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여기에서 차이점은 ‘질문’이다.
다양한 인간의 속성과 가치를 연구하는 도시계획은 도시를 개발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양한 질문을 하는 데 익숙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만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정책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공식대로, 관례적으로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의 본질을 알아가고 시민들을 이해하는 게 도시계획이다.
돌이켜보면 산업화 시대의 도시는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며 만들어졌다.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로, 공원, 학교 등 부족한 기반시설을 세우고 주택을 공급해야했지만 예산은 부족했다. 몰려오는 사람을 수용하기 위하여 비도시지역을 시가화예정 용지로 지정하고 그곳에 도시계획선을 그려가는 공학적인 접근방식을 채택했었다.
◇‘사람’이 보이는 도시 공간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고 고성장을 구가했던 때와 달리 이제 인구가 줄고 성장이 늦춰지는 시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과거방식으로 도시계획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시민이 행복해지려면 도시와 건축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 직면하면서 대도시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지방 대도시는 활력을 불러올 수 있는 인구와 시장규모로 정책의 방향에 따라 기회의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최근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출발하는 대전환의 시점에 활력있는 기회도시를 모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창의적인 일자리가 있는 플랫폼 도시로 전환이 요구된다. 도시로 사람이 모이는 건 ‘거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거래는 시장을 만든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시장이다. 자본 없는 근로자를 자본이 풍부한 고용주와 연결하거나, 성장해 창업을 하는 창조적 역할을 하는 것도 도시이다. 좋은 도시는 이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도시가 활력이 있는 기회가 있는 도시이다.
산업시대에는 중화학공업이 들어선 도시로 사람과 자본이 몰려들었다. 이 시대에는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닝(zoning·공간을 기능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것)하였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폐수, 냄새가 주거지역에 유입되지 않도록 공업지역을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점에 지정하는 등 공간을 계급화하며 서로 철저히 분리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적인 기업인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은 산업화 시대와 달리 상상력과 창조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구글 등은 주거와 일자리가 융합된 콤팩트 도시(compact city)를 표방하는 입지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 도시계획도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며 도심융합특구, 기회발전특구, 기업혁신 파크 등 제도를 갖추어 도심 내 신성장 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하고 규제특례로 감면받은 세금을 재투자하도록 유인하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특구는 교통·물류 인프라와 우수인력이 갖춰진 지방 대도시에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는 우수한 인력을 위한 주거·교육·문화시설을 구축하고, 세제·규제특례 제공과 도시공간이 연동된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구가 들어서는 지역이 도심인점을 고려하여 최소 개발면적으로도 가능하게 하고 교통·물류가 우수한 도심에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또 기반시설 지원확대 및 개발절차 간소화로 투자부담을 완화하고 도시·건축이 창의적인 공간으로 조성된 플랫폼 도시로 전환해야한다.
◇상상력·창조성의 도시
둘째,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도록 상상력과 창조성을 일으키는 도시로 전환이 요구된다.
실무 경험이 쌓일수록 도시계획은 사람들의 생활 패러다임을 읽고 시대적 가치를 찾아내는 안목이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다. 필자는 도시정책에 익숙할 즈음 도시계획 제도에 창조성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던 중 베를린을 눈여겨 보았다.
때 마침 유럽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다. 첫 유럽여행임에도 여러 도시를 돌아보는 것보다 베를린 한 도시에 체류하기로 하였다. 한 도시에서 오래 체류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속살까지 알 수 없지만, 출발 전에 그 도시에 관해 공부한 것을 확인하며 깊은 고찰을 통해 여행자만의 도시 철학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로 갔다.
입국했던 프랑크푸르트가 ‘바쁨’이라고 한다면 베를린은 ‘여유와 자유’가 있는 분위기였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방문자가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국제건축전(IBA : International Building Exhibition) 프로젝트 현장을 보고 싶었다. 베를린 장벽 철거 후 베를린 정도(定都) 75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이 기획은 1979년부터 부지가 검토됐고 1987년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개최됐다. 도시 전체가 프로젝트 현장으로 변한 국제건축전에서는 6개 블록으로 나누어 도시의 역사적인 문맥과 흔적을 살피고, 파괴된 공간 조직을 회생하되 각 블록별 특성에 따른 개발지침을 마련하였다. 각 블록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찰스 W. 무어, 알도로시, 피터 아이젠만 등이 참여했고, 이 국제건축전을 계기로 베를린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우리도시는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건립되는 상황이다보니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美)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적절한 처방을 하지 못한 점이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민간이 건축의 창의력을 살릴 수 있도록 특별건축구역, 특별계획구역, 입지규제 최소구역 등이 있음에도 그간 우리 도시는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였다.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유도하기 위하여 건폐율, 용적률, 대지안의 공지, 건축물의 높이제한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 대규모 복합단지 등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유치하기 위하여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제도를 활용, 새로운 도시를 민관(民官)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간 도시계획, 건축, 경관, 교통 등 개별법령의 심의를 받으면 장기간 시간이 소요됨에도 건축물 디자인 향상 효과는 기대만큼 얻지 못했다. 또 심의별로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특별지구를 손쉽게 지정받게 해 통합심의를 받도록 절차의 간소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관례를 벗어난 도시계획
셋째, 재미있고 즐거운 도시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감염병 앞에 도시계획도 예외일 수 없다. 영화관을 떠나 넷플릭스로, 시장과 마트를 떠나 온라인 쇼핑몰로, 학교를 떠나 인터넷 장소로 이동하는 대전환 시대는 예전에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대전환 시대의 도시공간은 온라인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소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축제와 문화을 즐길 수 있고, 미술관에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활기찬 도시를 원한다. 도시는 개성과 에너지를 가져야 매력적이다. 도시계획은 시대적 가치를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계획 프로세스가 달라지고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도 달라진다. 이러한 생태계는 그 도시에만 있는 문화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도시문제를 치유하는 ‘처방적 도시계획’과 미래상을 마련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도시계획’이다. 내게 오십견 같은 증상이 왔을 때 엑스레이를 진단하는 3명의 의사마다 견해와 처방이 달랐다. A의사는 목 디스크가 원인이니 수술을, B의사는 염증성이므로 약물치료를, C의사는 운동처방을 내렸다.
도시도 사람과 같은 생명체이다 보니 도시계획가마다 문제에 대해 다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도시계획가가 그 분야의 고수가 되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린다. 고수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빠르게 오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이슈들에 대처하기에 처방형 도시계획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례대로 공식대로만 풀면 새로운 시대의 도시를 그려가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도시의 본질을 꿰뚫어 기회의 도시로 전환하여야 한다.
신재욱
광주시 도시계획과장, 지역 및 도시계획학 박사
도시계획기술사, 건축사
‘포스트코로나 도시계획과 부동산’ 등 6권 저술
다양한 인간의 속성과 가치를 연구하는 도시계획은 도시를 개발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람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양한 질문을 하는 데 익숙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만큼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정책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공식대로, 관례적으로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의 본질을 알아가고 시민들을 이해하는 게 도시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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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된 베를린 장벽 흔적을 이전 보존한 도심 <신재욱 제공> |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고 고성장을 구가했던 때와 달리 이제 인구가 줄고 성장이 늦춰지는 시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제 과거방식으로 도시계획을 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시민이 행복해지려면 도시와 건축을 바꿔야 하는 시점에 직면하면서 대도시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지방 대도시는 활력을 불러올 수 있는 인구와 시장규모로 정책의 방향에 따라 기회의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최근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출발하는 대전환의 시점에 활력있는 기회도시를 모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창의적인 일자리가 있는 플랫폼 도시로 전환이 요구된다. 도시로 사람이 모이는 건 ‘거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거래는 시장을 만든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시장이다. 자본 없는 근로자를 자본이 풍부한 고용주와 연결하거나, 성장해 창업을 하는 창조적 역할을 하는 것도 도시이다. 좋은 도시는 이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 도시가 활력이 있는 기회가 있는 도시이다.
산업시대에는 중화학공업이 들어선 도시로 사람과 자본이 몰려들었다. 이 시대에는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닝(zoning·공간을 기능별로 나누어 배치하는 것)하였다.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폐수, 냄새가 주거지역에 유입되지 않도록 공업지역을 주거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점에 지정하는 등 공간을 계급화하며 서로 철저히 분리했다.
그러나 지금 세계적인 기업인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은 산업화 시대와 달리 상상력과 창조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구글 등은 주거와 일자리가 융합된 콤팩트 도시(compact city)를 표방하는 입지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 도시계획도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며 도심융합특구, 기회발전특구, 기업혁신 파크 등 제도를 갖추어 도심 내 신성장 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을 하고 규제특례로 감면받은 세금을 재투자하도록 유인하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특구는 교통·물류 인프라와 우수인력이 갖춰진 지방 대도시에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는 우수한 인력을 위한 주거·교육·문화시설을 구축하고, 세제·규제특례 제공과 도시공간이 연동된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구가 들어서는 지역이 도심인점을 고려하여 최소 개발면적으로도 가능하게 하고 교통·물류가 우수한 도심에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또 기반시설 지원확대 및 개발절차 간소화로 투자부담을 완화하고 도시·건축이 창의적인 공간으로 조성된 플랫폼 도시로 전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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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평생주택(특별건축구역 사례) |
둘째,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도록 상상력과 창조성을 일으키는 도시로 전환이 요구된다.
실무 경험이 쌓일수록 도시계획은 사람들의 생활 패러다임을 읽고 시대적 가치를 찾아내는 안목이 본질임을 깨닫게 되었다. 필자는 도시정책에 익숙할 즈음 도시계획 제도에 창조성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던 중 베를린을 눈여겨 보았다.
때 마침 유럽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다. 첫 유럽여행임에도 여러 도시를 돌아보는 것보다 베를린 한 도시에 체류하기로 하였다. 한 도시에서 오래 체류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속살까지 알 수 없지만, 출발 전에 그 도시에 관해 공부한 것을 확인하며 깊은 고찰을 통해 여행자만의 도시 철학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로 갔다.
입국했던 프랑크푸르트가 ‘바쁨’이라고 한다면 베를린은 ‘여유와 자유’가 있는 분위기였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방문자가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국제건축전(IBA : International Building Exhibition) 프로젝트 현장을 보고 싶었다. 베를린 장벽 철거 후 베를린 정도(定都) 75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이 기획은 1979년부터 부지가 검토됐고 1987년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개최됐다. 도시 전체가 프로젝트 현장으로 변한 국제건축전에서는 6개 블록으로 나누어 도시의 역사적인 문맥과 흔적을 살피고, 파괴된 공간 조직을 회생하되 각 블록별 특성에 따른 개발지침을 마련하였다. 각 블록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찰스 W. 무어, 알도로시, 피터 아이젠만 등이 참여했고, 이 국제건축전을 계기로 베를린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우리도시는 성냥갑 형태의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건립되는 상황이다보니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美)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적절한 처방을 하지 못한 점이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민간이 건축의 창의력을 살릴 수 있도록 특별건축구역, 특별계획구역, 입지규제 최소구역 등이 있음에도 그간 우리 도시는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였다. 조화롭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유도하기 위하여 건폐율, 용적률, 대지안의 공지, 건축물의 높이제한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또 대규모 복합단지 등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능을 유치하기 위하여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제도를 활용, 새로운 도시를 민관(民官)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간 도시계획, 건축, 경관, 교통 등 개별법령의 심의를 받으면 장기간 시간이 소요됨에도 건축물 디자인 향상 효과는 기대만큼 얻지 못했다. 또 심의별로 의견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특별지구를 손쉽게 지정받게 해 통합심의를 받도록 절차의 간소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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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 드 랑동 재개발 구역 <출처:https://cie.nl/de-landtong?lang=en> |
셋째, 재미있고 즐거운 도시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감염병 앞에 도시계획도 예외일 수 없다. 영화관을 떠나 넷플릭스로, 시장과 마트를 떠나 온라인 쇼핑몰로, 학교를 떠나 인터넷 장소로 이동하는 대전환 시대는 예전에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대전환 시대의 도시공간은 온라인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소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축제와 문화을 즐길 수 있고, 미술관에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며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활기찬 도시를 원한다. 도시는 개성과 에너지를 가져야 매력적이다. 도시계획은 시대적 가치를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계획 프로세스가 달라지고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삶도 달라진다. 이러한 생태계는 그 도시에만 있는 문화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계획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도시문제를 치유하는 ‘처방적 도시계획’과 미래상을 마련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도시계획’이다. 내게 오십견 같은 증상이 왔을 때 엑스레이를 진단하는 3명의 의사마다 견해와 처방이 달랐다. A의사는 목 디스크가 원인이니 수술을, B의사는 염증성이므로 약물치료를, C의사는 운동처방을 내렸다.
도시도 사람과 같은 생명체이다 보니 도시계획가마다 문제에 대해 다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도시계획가가 그 분야의 고수가 되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린다. 고수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빠르게 오가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한 이슈들에 대처하기에 처방형 도시계획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례대로 공식대로만 풀면 새로운 시대의 도시를 그려가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도시의 본질을 꿰뚫어 기회의 도시로 전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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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욱
광주시 도시계획과장, 지역 및 도시계획학 박사
도시계획기술사, 건축사
‘포스트코로나 도시계획과 부동산’ 등 6권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