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호 개명(改名)-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7월 07일(목) 23:00
우리나라에서 개명(改名)은 애초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불가능할 정도로 엄격했으나, 2005년 대법원이 개인 성명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가능한 한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노숙자’나 ‘강간범’ 같은 이름은 창피할 수밖에 없어 개인의 행복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이다.

이름에 대한 컴플렉스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식민지나 독재 시대의 국호를 쓰던 나라들은 사회가 안정화되면 개명을 한다. 특히 몽고와 터키는 국호에 ‘멍청이’나 ‘무지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어 개명된 사례이다.

최근 터키는 유엔의 승인을 받아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Turkiye)로 바꾸었다. ‘튀르키예’는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 나라가 표기 변경을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칠면조’와 영어 철자가 같기 때문이다.

터키의 영문 이름은 칠면조를 연상시킨다. 칠면조의 영어 철자는 ‘turkey’다. 터키 국명과 같다. 이는 과거 조류 수입에 터키 상인들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오스만 제국 당시 터키 상인들은 유럽·중동 지역으로 북아프리카산 ‘기니 파울’(Guinea Fowl)이라는 새를 수출했다. 이 새는 터키로부터 수입된 탓에 ‘터키 닭’으로 불렸다. 이 과정에 기니 파울을 본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긴 칠면조도 ‘터키 닭’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터키’라고 불렸고, 결국 ‘터키’가 국명이 됐다. 문제는 터키 영어 철자가 ‘칠면조’와 같다는데 있다. 칠면조는 터키와 별 관련이 없는데다 영어 단어 ‘turkey’는 ’멍청이’ ‘겁쟁이’란 부정적 의미를 갖고 있어 터키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1990년 한국이 몽고와 수교할 당시, 몽고가 한국에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경제 원조가 아닌 국호를 몽골로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몽고(蒙古)는 중국이 몽골을 비하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무지하고 낡았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1991년부터 우리 정부는 몽골을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다.

놀림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개인이든 국가이든 신경 쓰이는 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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