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 공공투자-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5월 26일(목) 00:45
모든 도시에는 수변공간, 즉 하천이나 호수가 있다. 도시에서 물은 그 자체로 안정감을 주고, 산책길·운동기구·의자·나무·잔디·작은 광장 등과 어울리며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자극한다. 깨끗한 수질, 넓은 오픈 스페이스, 높은 접근성 등은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작은 기쁨을 선사한다.

광주에는 광주천이 있다. 광주천은 원래 ‘구곡양장’(九曲羊腸)으로 그 폭은 100m가 넘었다. 다만 우기에는 장마 피해가 심했고, 건기에는 바닥을 보일 만큼 말랐다고 한다. 광주천에는 오래 전 형성된 큰 장, 작은 장이 열리고 그 주변에는 상인이나 짐꾼 등이 거주했다. 조선시대 광주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모여 줄다리기 등 축제를 열었고, 물도 깨끗해 여름이면 멱을 감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일제와 일본인들은 이 광주천을 개발하기로 했다. 구불구불한 물길을 반듯하게 한 뒤 양측에 남은 공유지를 분양해 돈을 벌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해서 모두의 공간이었던 광주천변을 공장, 근대식 시장, 주거지, 농경지 등으로 개발해 팔아 치웠다. 또 한 가지, 예산을 적게 쓰면서 생활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광주천을 하수 종착지로 삼았다. 도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물은 더러워지고 악취가 나면서 광주천은 기피 공간이 돼 버렸다.

해방 이후 도심 인구는 계속 늘었고 그럴수록 광주천은 시민들로부터 더 멀어졌다. 급증하는 인구와 자동차를 감당하기 위해 서방천, 동계천 등 도심 하천을 매립해 나갔고, 일제가 절반을 주거지로 개발한 경양방죽의 나머지도 메웠다. 결국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수변공간은 사라지고 냄새나는 하수구만 남게 된 것이다. 광주시는 지금까지 광주천의 수질 개선, 경관 향상, 생태 복원 등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였지만, 냄새는 그대로다. 빗물과 하수를 분리해 하수를 별도로 처리하려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 무분별한 도심 개발 과정에서 사라진 것들을 다시 되살려 줘야 한다. 광주천의 냄새를 완전히 지우고, 복개된 하천에 제 모습을 찾아 주며, 작은 공원이나 광장·놀이터 등 시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도심에 대한 대규모 공공투자가 도시재생의 시작이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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