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경쟁력 높이는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시민도 도시도 행복하게…바꾸자 ‘대·자·보 도시’로
2022년 04월 13일(수) 03:00 가가
‘교통’ 도시활력 유지 가장 중요
대중교통·자전거 중심 교통체계
지방소멸 막고 도시재생 활성화
뒤셀도르프 역·암스테르담 등
세계 주요도시 역 앞 광장엔
대중교통·자전거 중심 교통체계
지방소멸 막고 도시재생 활성화
뒤셀도르프 역·암스테르담 등
세계 주요도시 역 앞 광장엔
1996년 여름 유럽 출장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박사학위를 하자마자 1994년 초 서울연구원에 들어갔고, 이듬해부터 보행환경 연구를 시작했다. 그땐 지금과 사뭇 달랐다. 막 시작된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맞으면서 서울은 점점 자동차 도시로 변했다. 보행권은 존중되지 않았고 보행환경은 엉망이었다. 1995년 보도 위 도로시설물 연구에 이어 1996년에는 대중교통과 연관된 보행환경 연구를 시작했고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답사를 위해 유럽출장을 떠났다.
뒤셀도르프 역에서 기차를 내려 광장에 나오니 코앞에 트램 환승정류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멀리서 기차로 이 도시에 온 사람들은 기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도시 어디든 갈 수 있는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었다. “야!” 감탄을 할 때 서울역이 떠올랐다. 당시 서울역 앞 광장의 대부분은 자동차 주차장이었고, 버스정류장은 역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북쪽 방향의 버스를 타려면 지하도를 오르내리며 한참을 걸어야 했다.
암스테르담 역 앞 풍경도 놀라웠다. 옆 앞 광장은 역시 트램과 버스 환승정류장이었고, 뒤쪽은 온통 자전거 주차장이었다. 자동차 주차장을 애써 찾아보니 딱 두 대, 그것도 장애인을 위한 주차장이 전부였다.
서울은 철도역 앞 노른자 공간을 자가용 이용자에게 내어준 반면 유럽 도시들은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내주었다. 마스트리히트를 떠나 브뤼셀로 가는 길에 목격했던 자전거 전용도로도 뜻밖이었다. 자동차도로 양측에 가드펜스로 안전하게 분리된 자전거전용도로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마침 휴가철이어서인지 이용자들도 아주 많았다.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장거리 휴가를 자전거로 다녀오는 이들이 많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와 많이 다른 유럽 도시들을 목격하고 나니 서울의 문제가 더욱 선명해졌다.
도시가 활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이다. 시민들이 자가용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중소도시 상점가가 죽지 않고 살아남고, 작은 도시들도 서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상생할 수 있다. 사람들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해주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방소멸을 막고 도시를 다시 살리는 재생의 핵심이다.
사람 몸 안에 맑은 피가 구석구석 돌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두 사람을 태우면서 많은 공간을 점유하는 자가용은 맑은 피가 아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이 도시를 살리는 맑은 피다.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만으로도 어디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일상도 관광도 대자보로 너끈히 할 수 있어야 시민도 도시도 행복할 수 있다. 어떻게 우리 도시를 대자보 도시로 바꿀 수 있을까?
우리나라 도시들은 여전히 자가용 중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할 때도, 주말에 쇼핑할 때도, 여가생활을 즐길 때도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한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로 성큼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면 편리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더 유리하면 된다. 반대로 말하면 자가용이 대중교통보다 더 불리해져야 한다. 둘 다 좋을 수는 없다. 목적지까지 가는데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더 빠르다면, 게다가 비용도 훨씬 덜 든다면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선택할 것이다. 대중교통과 자가용은 시소 관계다. 하나가 내려가야 다른 쪽이 올라간다. 자가용 이용이 줄어야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난다.
지하철에서 지상의 트램(LRT: Light Rail Transit)으로, 트램에서 다시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로 대중교통이 진화하고 있다. 지하철은 워낙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철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트램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BRT가 건설 및 운영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1킬로미터를 건설하는데 지하철이 1천억 원, 트램이 400억 원 드는데 비해 BRT는 30억 원 정도면 가능하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의 대부분 적자라는 걸 안다면 국내 여타 도시들에게 지하철은 답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BRT는 1970년대 초반 브라질 꾸리찌바에서 처음 등장했다.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버스전용차로와 수용능력을 키운 굴절버스, 버스 타기 전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승객들을 쾌적하게 보호해주는 튜브정류장이 BRT의 핵심요소다. 훨씬 적은 건설비용으로 지하철과 다름없는 성능을 발휘하는 BRT가 이제 대중교통의 대세가 되었다. 광주송정역과 광주역을 연결하는 셔틀기차처럼 기존 철도선로 위를 달리는 ‘트램트레인’도 대중교통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대중교통수단들이 간선과 지선 등 역할을 나눠 시내 주요지점을 최단거리로 연결해주고, 나아가 인접 도시들까지 연결해주어야 대자보 도시에 다가갈 수 있다.
자전거도 빼놓을 수 없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까지 녹색교통 3총사가 함께 완비되어야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도시교통의 당당한 주체로 우대하고 도로 공간의 배분에도 자전거를 배려해야 한다. 파리의 ‘벨리브(Velib)’, 창원의 ‘누비자’, 서울의 ‘따릉이’, 대전의 ‘타슈’ 같은 공공자전거도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을 깍듯이 우대하여 세계적 도시로 유명해진 곳이 스페인 폰테베드라다. 1999년 당시 자동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던 도시를 바꾸려고 시장선거에 출마한 의사 출신 미구엘 로레스 후보는 자신이 시장이 되면 폰테베드라 도심부를 차 없는 도시로 만들고, 도시의 주인의 순서를 바로잡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고 선거에 이겨 시장이 되었다. 그가 말한 도시의 주인은 첫째가 걷는 사람, 둘째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 셋째가 대중교통 이용자 그리고 가장 후순위가 자가용을 타는 사람이었다. 우리 도시는 지금 정반대다. 대자보 도시가 되려면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정책은 사회정책과도 연결해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도 이동에 제약이 없게 해줘야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요금도 싸게 해줘야 약자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불 또는 후불카드제인데 반해 유럽 도시들은 대부분 정기권 제도를 쓴다. 우리는 이용한 만큼 꼬박꼬박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정기권을 운영하는 도시에서는 모든 대중교통을 무한정 맘껏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할수록 유리해진다. 프랑스는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중교통 요금을 차별화하는 ‘사회요금제’까지 적용한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정기권 비용을 할인해주니 나 같은 다자녀가정에겐 몹시 부러운 제도다.
대중교통 무료화도 확산 추세다. 발트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2013년부터 수도 탈린시에서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작했고, 5년 뒤 2018년 7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하여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면 재정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겠지만 탈린 시의 경우 무료정책 이후 7년 동안 전입인구가 3만1000명 늘었고 연평균 4~500만 유로의 세입도 증가하였으니 무료정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성시가 청소년과 어르신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자보 도시를 만드는 일은 특정 도시 안에서의 ‘시내교통(intra-city transportation)’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주는 ‘시외교통(inter-city transportation)’의 관점까지 넓혀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동 한달살이를 마치면서 윤상기 하동군수를 만나 건의했던 게 ‘지리산권역 순환 BRT 구상’이었다.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까지 5개 시군은 지리산을 둘러싸고 있다. 광역도 다르고 서로 다른 기초자치단체들이지만 지리산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질성을 갖는 소도시들이다. 이들 5개 시군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기존 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이른 새벽부터 자정까지 촘촘한 배차간격의 친환경 대중교통 지리산권역 순환 BRT를 운행한다면 함양, 산청, 하동, 구례, 남원은 하나의 생활권이 될 것이다. 작은 소도시들이 각자도생하면서 서로 뺏고 뺏는 제로섬게임을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활권이 되어 제각각 장점들을 나누며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도 대중교통으로 편안한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국도를 활용하면 총연장 203㎞, 일부 도로를 신설해 최단거리로 연결하면 193㎞여서 2~3시간이면 일주가 가능할 것이다. 상상해보라. 남원의 청년들이 하루 일 마치고 하동으로 건너와 하동 친구들과 저녁식사와 술도 한잔 한 뒤 대중교통으로 남원 집에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덩치를 키운 ‘메가시티’보다 연결을 강화한 ‘소도시연합’이 더 좋은 해법이고, 소도시연합으로 가는 첫걸음이 ‘대자보 도시’이다. 그러하니 바꾸자. 대자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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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1990년대) <서울시 제공> |
도시가 활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교통이다. 시민들이 자가용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중소도시 상점가가 죽지 않고 살아남고, 작은 도시들도 서로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상생할 수 있다. 사람들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해주는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방소멸을 막고 도시를 다시 살리는 재생의 핵심이다.
사람 몸 안에 맑은 피가 구석구석 돌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한두 사람을 태우면서 많은 공간을 점유하는 자가용은 맑은 피가 아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이 도시를 살리는 맑은 피다. 대중교통과 자전거와 보행만으로도 어디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일상도 관광도 대자보로 너끈히 할 수 있어야 시민도 도시도 행복할 수 있다. 어떻게 우리 도시를 대자보 도시로 바꿀 수 있을까?
우리나라 도시들은 여전히 자가용 중심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출퇴근할 때도, 주말에 쇼핑할 때도, 여가생활을 즐길 때도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한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로 성큼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편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면 편리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더 유리하면 된다. 반대로 말하면 자가용이 대중교통보다 더 불리해져야 한다. 둘 다 좋을 수는 없다. 목적지까지 가는데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더 빠르다면, 게다가 비용도 훨씬 덜 든다면 사람들은 시키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선택할 것이다. 대중교통과 자가용은 시소 관계다. 하나가 내려가야 다른 쪽이 올라간다. 자가용 이용이 줄어야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난다.
지하철에서 지상의 트램(LRT: Light Rail Transit)으로, 트램에서 다시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로 대중교통이 진화하고 있다. 지하철은 워낙 건설비용이 많이 들고, 철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트램보다 버스를 이용하는 BRT가 건설 및 운영비용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1킬로미터를 건설하는데 지하철이 1천억 원, 트램이 400억 원 드는데 비해 BRT는 30억 원 정도면 가능하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의 대부분 적자라는 걸 안다면 국내 여타 도시들에게 지하철은 답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BRT는 1970년대 초반 브라질 꾸리찌바에서 처음 등장했다.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버스전용차로와 수용능력을 키운 굴절버스, 버스 타기 전 미리 요금을 지불하고 승객들을 쾌적하게 보호해주는 튜브정류장이 BRT의 핵심요소다. 훨씬 적은 건설비용으로 지하철과 다름없는 성능을 발휘하는 BRT가 이제 대중교통의 대세가 되었다. 광주송정역과 광주역을 연결하는 셔틀기차처럼 기존 철도선로 위를 달리는 ‘트램트레인’도 대중교통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대중교통수단들이 간선과 지선 등 역할을 나눠 시내 주요지점을 최단거리로 연결해주고, 나아가 인접 도시들까지 연결해주어야 대자보 도시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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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 자전거 전용도로 <정석 제공> |
자전거도 빼놓을 수 없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그리고 보행까지 녹색교통 3총사가 함께 완비되어야 활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도시교통의 당당한 주체로 우대하고 도로 공간의 배분에도 자전거를 배려해야 한다. 파리의 ‘벨리브(Velib)’, 창원의 ‘누비자’, 서울의 ‘따릉이’, 대전의 ‘타슈’ 같은 공공자전거도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대중교통, 자전거, 보행을 깍듯이 우대하여 세계적 도시로 유명해진 곳이 스페인 폰테베드라다. 1999년 당시 자동차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던 도시를 바꾸려고 시장선거에 출마한 의사 출신 미구엘 로레스 후보는 자신이 시장이 되면 폰테베드라 도심부를 차 없는 도시로 만들고, 도시의 주인의 순서를 바로잡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고 선거에 이겨 시장이 되었다. 그가 말한 도시의 주인은 첫째가 걷는 사람, 둘째가 자전거를 타는 사람, 셋째가 대중교통 이용자 그리고 가장 후순위가 자가용을 타는 사람이었다. 우리 도시는 지금 정반대다. 대자보 도시가 되려면 이것부터 바꿔야 한다.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정책은 사회정책과도 연결해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도 이동에 제약이 없게 해줘야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요금도 싸게 해줘야 약자들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불 또는 후불카드제인데 반해 유럽 도시들은 대부분 정기권 제도를 쓴다. 우리는 이용한 만큼 꼬박꼬박 비용을 지불해야하지만, 정기권을 운영하는 도시에서는 모든 대중교통을 무한정 맘껏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할수록 유리해진다. 프랑스는 경제 여건을 고려하여 대중교통 요금을 차별화하는 ‘사회요금제’까지 적용한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정기권 비용을 할인해주니 나 같은 다자녀가정에겐 몹시 부러운 제도다.
대중교통 무료화도 확산 추세다. 발트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2013년부터 수도 탈린시에서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작했고, 5년 뒤 2018년 7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하여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면 재정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겠지만 탈린 시의 경우 무료정책 이후 7년 동안 전입인구가 3만1000명 늘었고 연평균 4~500만 유로의 세입도 증가하였으니 무료정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성시가 청소년과 어르신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자보 도시를 만드는 일은 특정 도시 안에서의 ‘시내교통(intra-city transportation)’ 측면뿐만 아니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해주는 ‘시외교통(inter-city transportation)’의 관점까지 넓혀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하동 한달살이를 마치면서 윤상기 하동군수를 만나 건의했던 게 ‘지리산권역 순환 BRT 구상’이었다.
전북 남원시와 전남 구례군, 경남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까지 5개 시군은 지리산을 둘러싸고 있다. 광역도 다르고 서로 다른 기초자치단체들이지만 지리산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질성을 갖는 소도시들이다. 이들 5개 시군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기존 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이른 새벽부터 자정까지 촘촘한 배차간격의 친환경 대중교통 지리산권역 순환 BRT를 운행한다면 함양, 산청, 하동, 구례, 남원은 하나의 생활권이 될 것이다. 작은 소도시들이 각자도생하면서 서로 뺏고 뺏는 제로섬게임을 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활권이 되어 제각각 장점들을 나누며 상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도 대중교통으로 편안한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기존 국도를 활용하면 총연장 203㎞, 일부 도로를 신설해 최단거리로 연결하면 193㎞여서 2~3시간이면 일주가 가능할 것이다. 상상해보라. 남원의 청년들이 하루 일 마치고 하동으로 건너와 하동 친구들과 저녁식사와 술도 한잔 한 뒤 대중교통으로 남원 집에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덩치를 키운 ‘메가시티’보다 연결을 강화한 ‘소도시연합’이 더 좋은 해법이고, 소도시연합으로 가는 첫걸음이 ‘대자보 도시’이다. 그러하니 바꾸자. 대자보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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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