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건축과 도시를 바꿔라 <8> 일본의 ‘걷고 싶은 도시’(Walkable City) 만들기
2022년 03월 02일(수) 07:00 가가
차량 중심서 인간 중심…법 제정 등 ‘사회적 실험’ 눈길
도시만들기 정책 ‘WE DO!’ 눈길
관민 협업하면 예산 지원, 세금 감면
히로시마 ‘타운매니지먼트硏’ 설립
기존 도로, 보행자 중심 광장으로 전환
밀도있는 경제생활 ‘집약형 도시’추구
공원·하천 등 공공공간 질 높여야
도시만들기 정책 ‘WE DO!’ 눈길
관민 협업하면 예산 지원, 세금 감면
히로시마 ‘타운매니지먼트硏’ 설립
기존 도로, 보행자 중심 광장으로 전환
밀도있는 경제생활 ‘집약형 도시’추구
공원·하천 등 공공공간 질 높여야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이른바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를 향한 일본의 움직임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을 영위해나가는 것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이노베이션을 창출해내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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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시 워커블 관련 지역비전인 트렌짓 파크(Transit Park) (출처:Kamihachi Miraidesign ver.0.5) |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성은 도시전체의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2014년 도시재생특별장치법을 개정하고 ‘입지적정화 계획’ 제도를 창설했다. 이는 거주자의 생활기반을 유지하는 컴팩트 시티(Compact City)를 목표로 거주 기능과 도시 기능의 집약을 통해 밀도 있는 경제활동과 생활의 편의성을 유지·향상시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도시경영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2년 현재, 594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계획을 책정하고 있고 이 가운데 398 단체는 계획을 공표·실행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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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가게들을 위해 도로점용특례를 활용한 일본 우베시 가로변 테라스 운영 사례. |
각 도시의 중심부에 사람들의 교류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보행자 눈높이에 맞는 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해 저층부(10m 이내)의 그라운드 레벨을 보행자 중심으로 디자인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가능한 공공공간의 창출(공원, 가로, 광장, 공개공지 등)을 조성하는 게 필수요소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 제시하는 개념이 ‘WE DO!’다. 걷고 싶고(Walkable), 유리입면을 확대해 건물 내부 점포 등의 움직임을 바깥거리에서도 인지할 수 있어 안심하고 건물에 들어갈 수 있으며(Eye Level),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와 다채로운 용도 활용이 실현되는(Diversity), 가로공간·공원·잔디광장·카페 등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공간(Open)을 위한 도시만들기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WE DO!’ 추진을 위해 도시재생특별장치법 등의 일부 개정을 실시하고 있다.
교통성은 워커블 도시에 찬성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모집, 국내외 각종 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통해 정기적인 심포지엄 등을 진행중이다. 2022년 1월 현재 323개 자치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내용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쾌적하고 걷고 싶은 도시만들기 추진구역’ 을 도시재생정비계획에 도입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52개 도시다.
국토교통성 도시국은 2020년 9월 도시재생특별장치법을 일부 개정, ‘쾌적하고 걷고 싶은’ 중심시가지의 창출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하는 도시재생정비계획 안에 관민(官民)이 힘을 모아 교류·체류하는 공간을 창출하는 내용을 도입했고, 법률·예산·세제를 패키지로 적극 지원 중이다.
‘체류-쾌적성 향상구역’은 도시재생정비계획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구역(중심시가지 워커블 구역)을 말하는데, 약 1km정도 걷을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고 보도의 폭원 및 공원·광장 등의 교류거점 정비, 건물 저층부의 입면 유리화를 통한 내외부 투시성 향상 등의 중점적인 정비를 실시도록 하고 있으며 중심시가지 워커블 구역으로 지정되면 ‘관민일체형 워커블 향상 관련사업’ 등을 통해 국비 보조 등 각종 특례를 적용받는다.
보행자 편의증진도로 제도(이하 호코미치 제도)는 ‘도로공간’에서 보행자가 안심·쾌적하게 통행할 수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사람들의 교류와 체류공간의 질 향상, 활기 창출을 위한 공간의 정비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도로구조기준을 책정하는 것으로, 호코미치로 지정된 도로에서는 보도 내 ‘보행자의 편의증진을 도모하는 공간’을 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2020년 코로나 영향으로 사람들 간의 접촉이 대폭 제한되고 시가지 내 사람이 격감했다. 국토교통성 도로국은 음식점 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긴급장치로 음식점 내 밀폐공간이 아닌, 외부공간에서의 음식행위가 가능하도록 하되, 도로공간 점용료를 면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필자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야마구치현 우베시에서도 이 특례제도를 활용, 2020년8월부터 중심시가지의 20여 점포의 도로상의 오픈 테라스운 운영(Open Street Ube)을 실시하고 있고, 올해 4월부터 호코미치 제도로 변경, 마치즈쿠리 회사가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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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가게들을 위해 도로점용특례를 활용한 일본 우베시 가로변 테라스 운영 사례. |
국가적 차원에서의 법제도 지정 움직임과 함께, ‘차량중심’에서 ‘인간중심’의 걷고 싶은 공간으로의 전환이 각 도시들의 지역재생 및 활성화에 있어서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가 실제 참여하고 있는 히로시마시 중심시가지의 사례를 소개한다.
히로시마의 중심시가지인 카미야쵸하쵸보리는 2019년 3월부터 지역 상점가와 민간기업, 히로시마시 및 히로시마현으로 이루어진 ‘타운매니지먼트 실천연구회’를 설립, 메인 스트릿인 아이오이도오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비전을 정했다.
히로시마역에서 약 2km 떨어진 중심시가지가 도시개발이 한창인 히로시마역에 비해 도심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차량중심’의 도로공간을 ‘인간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현재 차량왕복 6차선과 노면전차로 이루어진 도로 공간구성을 노면전차와 버스만을 통과하게 하고 차량은 우회하게 해 보행자 중심의 광장과 같은 도로 공간을 실현하는 ‘트렌짓 파크(Transit Park)’ 컨셉이 시에 제안됐고, 자치단체는 이를 행정계획에 어떻게 반영해 나갈 것인지 고민중이다.
비전의 책정만으로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도시공간이 창출되는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사회실험을 실시, 일부 공간을 단기간이지만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행정뿐 만아니라 민간기업, 시민들의 합의형성을 위한 툴로서 활용하게 된다. 히로시마에서도 2020년 3월 ‘트렌짓 파크’에 대한 사회실험으로서 ‘카미하치키테루(Urban Transit Bay)’를 실시했다. 약100m정도의 보행공간에 목재를 활용한 데크와 벤치공간, 매일 다른 레스토랑이 입주하는 컨테이너를 배치해 사람들의 교류와 체류가 이루어지는 공간을 실현했다. 2021년10월 민간 주도로 지역비전을 발표했고 올해에도 사회실험의 규모를 더욱 확대해 실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에서의 제도적 움직임과 지역주체들의 실천적 활동을 살펴보았다. 일본의 경우 워커블 시티 만들기를 위한 제도의 적극적 활용과 활동 주체 양성을 위해 지역 주체들의 타운매니지먼트 활동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민연계 활동과 민간주도에 의한 시민 눈높이에 맞는 도시만들기를 위해서 타운매니지먼트 단체를 행정이 인정하는 ‘도시재생추진법인 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 단체들이 중심이 돼 행정에 의한 워커블 관련 공공사업과 연동해 오픈카페, 광고물 설치 등 각종 활동을 추진해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런 관민일체형 교류·체류공간을 창출하면 예산과 세제 면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지역 비전 책정과 관련 조직단체를 설립할 경우 국가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며 민간사업자가 민간부지를 쾌적한 교류 및 체류공간으로 정비할 때는 부동산세 등의 감면장치를 활용할 수 있다. 도시재생추진법인 제도에 근거한 타운매니지먼트 단체는 도로공간 활용점용료를 대폭 감면받는 등 관민연계에 의한 조직·공간 활용의 연동을 통해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를 점차 확대 실천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집약형 도시구조(Compact City) 실현을 바탕으로 하되, 도시기능이 집약된 중심 도시공간의 매력증진을 위해 도로공간, 공원·하천공간 등 공공공간의 질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와 이노베이션을 창출해내는 장소 만들기를 실천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뿐만이 아니라 민간사업자, 주민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연계가 필수 불가결하며, 이를 지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만들기 또한 중요하다.